[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의학의 영역"이라며 '비대면 예배' 등 방역 협조를 요청했지만, 개신교계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를 열어 개신교계 지도자 16명을 초청했다. 간담회는 오전11시부터 오후 12시5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예배와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 못한다"며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서 빨리 방역을 하고 종식하는 것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예배, 신앙 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은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 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받아쳤다.
또한 지난 24일 문 대통령의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도 지금의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는 발언을 문제삼고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크게 놀랐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교회·사찰·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사업장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침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한두 주, 혹은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라며 교계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지방자치단체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방역 인증 교회' 제도 도입, 소규모 예배를 여러 차례 진행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을 비롯한 한국 교회 지도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