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이노스페이스, 소형위성발사체로 한국 뉴 스페이스 산업 선도한다

입력 : 2020-08-27 오후 5:23:3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7월 29일, 청와대는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제한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발표했다. 당시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협력으로 변화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우리 민간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할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고체 연료 활용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고체를 추진으로 하는 소형 발사체 개발 관련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입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날 박 보좌관의 입에서 소형발사체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 두 개 이름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이노스페이스다. 이노스페이스는 청와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기술력 있는 소형위성발사체 기업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뉴 스페이스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 발표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뉴 스페이스를 설정한 정부 발표를 계기로 실질적 지원과 정책이 수립되었으면 한다"며 설레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사진/이노스페이스
 
스페이스X가 연 민간 우주산업…소형발사체 시장도 '쑥쑥'
 
이노스페이스는 소형위성발사체를 이용해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이다. 소형발사체란 무게 500kg 이하로 구별되는 소형 위성을 주로 발사하는 발사체를 뜻한다. 
 
소형발사체 시장은 지난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08년 스페이스X가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산업 주도권이 민간으로 옮겨갔고, 이에 민간 분야에서 위성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늘었다. 
 
소형 위성은 2019년을 기점으로 과거 10년간 1500여 기가 발사됐고, 향후 10년간 8500기가 발사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인터넷 중계를 위한 저궤도 소형위성망을 구축하기 위해 스타링크 프로그램으로 1만2000기의 소형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이미 650여 기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소형 위성 시장과 함께 소형발사체 시장도 동반성장했다. 김 대표는 "2020년 현재 발사 시장 규모는 3조원이고, 향후 7년간 37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우주산업 시장이 성장하면서 김 대표가 오랜 기간 연구했던 하이브리드 로켓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폭발 사고 가능성이 낮고 가격이 낮은 하이브리드 로켓은 소형위성발사체에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로켓엔진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경제성, 안전성 등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기존에 사용되던 고체와 액체로켓을 대체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은, 성능이 어중간한 로켓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옮겨가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발사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가격이 되었습니다."
 
이노스페이스의 제품군과 서비스. 사진/이노스페이스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으로 추력제어·가격경쟁력 동시에 확보
 
이노스페이스의 주요 사업화 제품은 소형위성발사체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를 이용한 위성발사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시점은 오는 2022년을 목표로 한다. 
 
이노스페이스 소형위성발사체의 가장 큰 장점은 추력제어가 가능하면서 빠른 속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켓은 동체 내부에 '연료'과 공기 역할을 하는 '산화제'를 탑재하고, 이를 연소해 추진력을 낸다. 연료와 산화제를 합쳐 '추진제'라고 하는데 이 추진제 구성에 따라 액체·고체·하이브리드 로켓으로 구분된다. 연료와 산화제가 모두 고체면 고체로켓, 두 가지 모두 액체면 액체로켓, 연료는 고체고 산화제는 액체면 하이브리드 로켓이다.
 
고체로켓은 엔진 구조가 간단해 개발이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추력을 조절하기 힘들다. 액체로켓은 추력을 제어할 수 있고 민간 개발에 제한이 없지만, 연소가 불안정하고 엔진 구성품이 복잡해 개발과 제작 비용·시간이 많이 든다.  
 
경쟁사의 대부분은 액체로켓을 엔진으로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발사 단가가 높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엔진을 개발하면서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연료를 연소실에 장착하고 별도의 탱크에 저장된 액체 산화제를 펌프로 당겨 연소실로 고압 분사해 연소하면서 추진력을 발생시킵니다. 이 때 산화제의 유량으로 '추력'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산화제 탱크만을 필요로 해 엔진구조가 간단합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기술적으로는 연소실에 있는 고체연료의 연소량을 독립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공급되는 산화제의 양에 따라 조절한다. 이에 대한 상관관계를 정확히 예측해 추력 등 성능을 설계하는 게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김 대표는 "저희는 20여 년간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 밖에도 하이브리드 로켓엔진 기술을 적용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로켓엔진과 소형과학로켓은 제품화를 완료해 방산업체와 국가연구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행체 조립·제작을 위해 필요한 특수 장비를 개발·납품하는 건을 방산업체로부터 수주했다. 이노스페이스의 핵심 인프라인 '엔진 성능 시험장'은 타 기관의 엔진 성능 시험·평가 수행하는 형태의 용역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노스페이스 로고. 사진/이노스페이스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던 우주에 대한 상상을 실현하는 '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는 현재는 나노위성발사체(ICARUS-N)의 시험 발사와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을 성공적인 발사 이후에 개량형인 마이크로위성발사체(ICARUS-M)와 미니위성발사체(ICARUS-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위성 발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사업화 한 뒤에는 유인비행체에도 도전해 볼 예정이다.
 
"근시일 내에 우주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보다 다양한 방법과 제품이 출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형 발사체를 이를 도울 것이고요. 이노스페이스는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을 뛰어넘어 미래 우주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인류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스페이스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로켓엔진 시험을 접하면서 온몸으로 느낀 굉음과 진동을 떠올리며,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를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이라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던 우주에 대한 상상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한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