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바이오산업은 전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따라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으며 각 국가별 경제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령인구 증가와 함께 만성질환 보유자도 증가하면서 복구 불가능한 장기를 대체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 수급의 불균형 문제는 극복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특히 국내의 경우 장기이식 대기자 수 대비 공급되는 장기의 비율은 약 11.8% 수준으로 20%대의 미국과 프랑스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하루 약 5.2명이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다 사망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체 장기를 모방해 구현한 '바이오 프린팅'과 다른 동물의 장기를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는 해당 분야 대안으로 떠오르며 저마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던 장기 출력이 현실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는 현 단계에서 심각한 질환이나 사고 등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장기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간의 신체나 장기를 대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장기는 심장과 신장, 고막, 항문 등이 이미 개발돼 실용화 단계에 있다. 용어 자체는 인공 장기지만 피부나 각막 등의 인체조직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인공장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71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 309억달러로 연 평균 8.9%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인공장기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다. 3D바이오프린팅은 입력한 도면을 바탕으로 3차원의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3D프린터와 생명공학을 결합한 기술이다. 원리는 기존 3D 프린터와 동일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잉크를 원료로 신체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한다. 타인의 장기 이식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다, 출력되는 조직 또는 세포가 환자의 세포 배양을 통해 맞춤형으로 이뤄지는 만큼 2차 감염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상용화 사례는 없지만, 수년 내 일부 기술의 상용화를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15년이 지난 시점에선 직접 이식 역시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미국 생명공학기업 오가노보가 지난 2013년 인공 간 제작에 성공했고, 웨이크포리스트재생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제작한 초소형 간과 심장이 전기 자극에 반응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레보텍은 2016년 원숭이 줄기세포를 활용한 혈관을 프린팅해 원숭이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가 존재하고, 국내 역시 포스텍에서 지난 2016년 세계 최초 인공근육 제작에 성공한 상태다.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종장기 이식'
이종장기 이식은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장기를 활용해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만큼 인체 거부 반응과 기대 수명에 대한 우려, 동물 윤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존재하지만 국가별 상용화를 위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 동물은 돼지로 꼽힌다. 장기 형태가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위해 맞는 인슐린 주사의 생체 인슐린이 소나 돼지에서 추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오랜 기간 가축으로 키워오면서 축적된 사육 및 관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약 6개월의 짧은 임신기간에 많게는 10마리 이상을 출산한다는 점도 연구 활용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상용화까진 아니지만 실제 이종간 이식 사례들도 존재한다. 대부분은 돼지 장기를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원숭이에게 이식한 연구 사례들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선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년 이상의 이식 생존율을 기록한 바 있으며, 피츠버그대학은 돼지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해 1년 이상의 생존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국내 역시 서울대와 건국대 연구팀이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40일 이상의 생존율을 확보한 바 있으며,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지난 2015년 원숭이 6마리에 돼지 췌도를 이식해 최대 3년간 저상 혈당을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세계이종이식학회 가이드라인을 유지한 유일한 성과다. 다만, 전세계적 기준으로 꼽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시킨 이식 임상은 현재까진 없는 상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