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19 등 환경 악재가 빈발하면서 서울 공공부문의 채식 보급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식선택제 시범학교 조성을 1년 앞당기기로 결정했고, 서울시는 성인을 대상으로 채식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며 정치권에서는 공공급식에 1주일에 한번꼴로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30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시행 계획이었던 '채식선택급식 시범학교 운영' 정책이 2021년으로 한 해 앞당겨졌다. 당초 계획이 발표된 지난 6월17일로부터 2개월이 갓 지난 시점에서 추진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초·중·고교 각 1곳씩 모두 3곳의 시범학교를 조성하거나, 초·중등학교에서 각 1곳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태전환교육 거점학교들이 선정되고 거점학교 일부가 채식선택급식 시범학교 역할을 하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6월 정책 발표 후 사회적 관심이 예상보다 갑자기 집중돼 가급적 빨리 시범학교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채식선택급식만 하는 게 아니라 환경·생태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학생 뿐 아니라 시민 중 채식주의자가 채식을 지속하도록 돕는 사업을 잇달아 추진한다. 지난 29일 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건강과 환경을 위한 채식학교'는 2021년 시행된다. 성인 및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 대상으로 4억원을 들여 채식 도전을 돕는 채식캠프를 운영하고, 비건 요리사를 양성하는 내용이다.
같은 해 3~9월에는 관내 채식 인구조사도 실시한다. 조사 항목으로는 응답자의 채식 단계, 채식 기간, 채식 시작한 계기, 접근가능한 채식 경로 등이 있다. 공식 채식주의자 통계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 이들이 갈 수 있는 식당 등을 보다 더 많이 발굴하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도 채식 열풍이 풀고 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최근 '공공급식 채식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공공급식에 1주일에 1번씩 '채식의 날'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공공급식 장소로는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학교 △사회복지시설 △유치원 △의료기관 △서울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등이 있다. 최소 대상 인원은 유치원 7만8009명, 의료기관 종사자 15만2548명, 공공기관 2만7434명, 학교 76만1082명 등 101만9073명에 이른다.
채식 관련 단체들에서는 코로나19와 장기 호우 등의 재난으로 인해 채식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육식 줄이고 채식 늘리거나 가장 강도가 센 비건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접하고 있다"며 "코로나·장마 등 기후변화가 주는 메시지를 사회가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비건 페스타에서 관계자들이 채식주의자(비건)용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