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애플과 테슬라의 주식분할을 계기로 주식분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31일 밤 애플과 테슬라는 자사 주식 1주를 각각 4주, 5주로 분할할 예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미국 증시와의 시간차를 감안해 이들의 주식 거래를 중지시켰으나 실제로는 많은 증권사들이 거래정지 없이 매매할 수 있도록 선반영 처리해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식분할을 계기로 두 회사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주식분할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384.06달러에서 지난주 499.23달러까지 30% 올랐으며, 테슬라도 8월12일 주식분할을 발표하기 전일 1374.39달러였던 주가가 지난주 2213.40달러로 61%나 급등했다.
그렇다면 주식을 1주 갖고 있다가 4주, 5주로 늘어나면 무엇이 좋아지기에 주가가 이렇게 뛰었을까?
예를 들어 2000달러였던 주식 1주가 400달러 주식 5주로 바뀐다고 해도 계좌에 생기는 변화는 없다. 단지 주식자산을 일부 팔아서 다른 데 쓰고 싶었던 투자자라면 보유주식을 전부 팔 필요가 없어져 좋을 것이고, 또 2000달러를 특정주식 1주에 몰아넣기엔 부담되던 소액 투자자라면 그보다 적은 돈으로 분할한 주식을 살 수 있게 됐지만, 기업 내용에는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주가가 뛰는 이유는 주식을 여러 조각으로 분할해 놓으면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해져 이들의 거래 참여로 주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값비싼 케이크 한판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조각케이크로 파는 경우 혹은 대형마트에서 소분해 판매하는 식재료가 더 비싼 것과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이는 수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일시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액면분할 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주를 50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발표한 이후 액면분할이 시행된 4월 말까지 주가가 오르다가 막상 주식을 쪼개고 난 후부터는 그해 연말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그해 10월에 10분의 1로 액면을 분할해 주식을 10배로 늘린
NAVER(035420)도 액면분할 직후 주가가 하락해 작년 7월에야 이전 주가를 회복했을 정도다.
롯데칠성(005300) 역시 지난해 5월 액면을 분할해 재상장한 이후 두달 동안 횡보하다가 주가가 하락해 아직도 액면분할 당시 기준가(17만3498원)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거래가 충분했던 대형주의 경우에는 액면분할로 주식이 늘어나는 것이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장기간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경우 급증한 주식 수가 두터운 매물벽으로 작용해서다. 때로는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종목이라는 희소가치가 사라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주식 분할은 단기 수급에 영향을 줄 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액면분할로 기업가치가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평소 주식 거래가 매우 적은 종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태광산업(003240)은 코스피200지수에 속하는 우량 기업이지만 평소 일일 주식 거래량이 1000주도 안 돼 만년 저평가 종목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런 종목은 액면분할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주식 유동성 저하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해 원래 제가치보다 할인돼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의 다른 주주들도 오랫동안 회사 측에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있으나 절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코넥스 상장종목과 K-OTC 등록기업들 중에도 주식 거래가 적어 주가 할인폭이 커진 경우가 많다.
주식분할이든 액면분할이든 주식을 여러 개로 나눈다는 점은 같다. 따라서 주식분할을 이유로 주가가 오른 애플과 테슬라를 지금 추격매수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