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기본소득 지급이 정치권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대선주자 중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행사를 열고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린다. 정치권이 이제 막 기본소득을 언급하기 시작한 반면 이 지사는 지역별 기본소득 지급방법, 재원조달 전략, 기본소득 지급을 통한 복지국가 구현방법 등 세부 방안에 접근함으로써 정책 전문가로서의 경쟁력을 드러내겠다는 구상이다.
6일 경기도와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연다. 이 행사는 지난해 이어 올해로 2회차로, 기본소득 구현을 정책공약으로 내세운 이 지사가 기본소득 공론화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박람회가 지난해엔 수원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라인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행사 첫날인 10일 오후 경기도청에선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가 출범한다. 기본소득 공론화를 위해선 경기도지사의 노력과 정치권의 도움 외에 전국적인 여론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이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모임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협의회에는 경기도의 31개 시·군을 비롯해 서울·부산·인천의 구청, 지방의 시·군 등 총 48개 지자체가 참석키로 했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기본소득 인식 확산 운동을 벌이고 지역별 우수 기본소득 지급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제도 활성화를 방안 등을 논의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8월1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이날부터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또 둘째 날인 11일에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 기본소득으로!'라는 주제로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과 폴 로스 호주 시민배당조직위원회 설립자 등 27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기도 기본소득 모형 △기본소득 재원조달 전략 △현대 자본주의 삶의 질과 기본소득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복지국가와 기본소득 등 기본소득에 관한 5가지 세부 주제를 토론할 예정이다.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와 이 지사의 행보는 특히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이슈가 부상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은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지난 2일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후 당 기본정책으로 기본소득 추진을 내걸었다.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은 창당 때부터 기본소득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려는 기류가 감지된 데서 드러나듯 이 문제에 조용하다. 여당 소속인 이 지사가 2017년부터 줄곧 기본소득을 강조했는데, 자칫 이슈를 야당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 지사는 지난달 13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민주당이 발 빠르게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과거에 기초연금 이슈를 두고 민주당이 망설일 때 통합당이 전격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해 선거에서 상당히 덕을 봤는데, 기본소득 문제도 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