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외평채가 한국계 외화채권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화 자금조달 비용이 절감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1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이 외화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자금은 기금에 귀속되며 외환보유액으로 운용된다.
이번 외평채는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6억2500만 달러와 5년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로 나눠 발행됐다. 특히 유로화 표시 외평채는 2014년 6월 이후 약 6년여 만에 발행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외평채 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며 “발행금리, 가산금리, 투자자 수요 등 모든 측면에서 당초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개요. 자료/기획재정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의 발행금리는 0.059%로, 비유럽 국가의 유료화 표시 국채 중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발행됐다. 유럽 주요국의 국채금리(5년물)는 독일 -0.68%, 프랑스 -0.57%, 이탈리아 0.45%다.
올해 1월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발행금리) 10억 유로도 -0.019%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으나, 담보부 채권(AAA등급)이라는 점에서 외평채 등 일반 채권과는 상이하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액면가액 이상으로 발행돼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만큼 프리미엄을 얻는다. 예를 들어 액면가액 100원익 채권을 101원에 발행할 경우 채권 발행자는 발행시점에 투자자로부터 101원을 받고 채권 만기시점엔 투자자에게 100원만 상환하는 식이다.
이에 정부는 액면가액인 7억 유로보다 많은 7억200만 유로를 받고 만기에는 액면가액인 7억유로만 상환하게 된다.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외평채도 발행금리와 가산금리 모두 역대 최저수준으로 발행됐다. 1.198%인 발행금리는 지표금리인 미 국채금리 하락 등으로 과거 달러화 외평채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 외평채 발행금리는 2017년 10년 만기 2.871%, 2018년 10년 만기 3.572%, 2019년 5년 만기 2.177%·10년 만기 2.677% 등이다.
가산금리 50bp(이자율 최소 단위, 1bp=0.01%)도 달러화 동일 만기 최저치로,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유사 잔존만기 기존 외평채 금리 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가산금리는 지표금리 대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지급하는 금리로,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계 외화채권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외평채가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발행된 만큼 향후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 하락, 해외차입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달러화와 유로화 외평채는 각각 최대 50억 달러, 50억 유로 이상의 투자자 주문이 접수돼 원래 계획(5억 달러와 5억 유로)보다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금리 조건이 최초 제시 조건보다 대폭 하향 조정된 이후에도 최종 유효 주문은 최종 발행 물량 대비 달러화는 5.8배, 유로화는 7.8배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1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역대 최저 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