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15년차 개발자 조모(38)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도 불안감을 안고 서울 중구의 사무실로 출근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와 가까운 사무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보니 본사의 원격근무 지침과 관계없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직원들이 서로 가까이 앉아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고객사에서 별도로 지침이 없다보니 원격근무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고 있지만 주로 고객사와 같은 빌딩이나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SI(시스템통합) 기업의 개발자들은 원격근무가 어렵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I 기업들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민간 기업들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사업을 하다보니 발주처가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요구해도 거절하기 어렵다. 한 SI 기업 개발자는 "발주처는 대부분이 자신이 필요할 때 빨리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와 회의를 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한다"라며 "굳이 직접 가야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을의 입장인 SI 기업은 발주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자는 개발 업무 특성상 장시간 모니터를 바라보며 소스코드를 분석하고 코딩하며 시험 결과에 따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거리두기가 되지 않다보니 개발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고객사와의 잦은 소통이 필요한 분석이나 설계 단계를 제외한 구축(개발) 단계는 어차피 개발 서버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원격으로 접속해서 해도 문제가 없다"며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개발 단계라도 원격으로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I 개발자들의 현장 근무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도로가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개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격근무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19일부터 '소프트웨어 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기준'(고시)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고시는 사업자가 보안 요건을 충족한 작업장소를 제안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발주처는 작업장소에 대한 검토 시 △유사사업 원격개발 수행실적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SP(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품질 인증) 등을 보유했을 경우 우대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발주기관 내 작업장소로 장기출장을 가며 발생하는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시대에 적합하게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기존에도 공공 소프트웨어 구축사업 작업장소를 선정할 때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제안한 작업장소를 우선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미비해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