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가 손실과 비용을 초래해 역효과를 낸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연구원 등이 잇따라 반박 입장을 내고 공세에 나섰다. 지역화폐를 통해 기본소득까지 지급하자는 주장은 이 지사가 가장 공을 들이는 정책공약이기도 하다.
16일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과장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전날인 15일 조세쟁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비판했다.
지역화폐는 서울사랑상품권이나 경기지역화폐처럼 일정 지역의 골목상권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부흥한다는 게 지역화폐 지급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이 지사는 지역화폐를 통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를 지역화폐가 연간 2260억원이 넘는 손실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지역화폐 9조원을 발행할 때 정부 보조금은 9000억원이 투입되지만,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한 순손실은 46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역화폐를 발행할 때 액면가의 2% 정도인 인쇄비와 금융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연간 1800억원 규모의 부대비용까지 발생하므로 경제적 순손실이 연간 총 2260억원에 달한다고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한 지역의 지역화폐 발행은 인접 지역에서의 경쟁적 발행까지 유도해 사실상 매출증가 효과가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체의 후생을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화폐를 통해 대형마트에서 골목시장과 영세 소상공인으로 매출이 이전되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1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역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이튿날인 16일 경기연구원이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도에서 발행하는 경기지역화폐 모습. 사진/경기도청
이런 주장에 대해 이 지사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은 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을 위해 사용한 자료가 부실, 사실관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연구원은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는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 자료인데,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도 미미했고, 사용에 대한 인식도 저조했다"면서 "경기도의 경우 전체 지역화폐 발행의 40.63%를 지난해부터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대한 자료가 없어 사실관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책 연구기관이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을 비판해 정책 혼선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가 경제적 부담만 클 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해당 보고서는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며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운영에 대하여 혼선을 야기하고 있으니 큰 문제”라고 했다.
또 보조금 지급과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하며 불법거래 단속에 따른 행정비용이 발생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주장에 대해선 "비용만을 강조할 뿐 지역화폐 활용으로 인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편협된 주장”이라며 "지난 1년 동안의 지역화폐 사용이 소상공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분석 결과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할 때 추가 소비효과가 57%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도 조세재정연구원이 보고서를 낸 직후 조세재정연구원에 향해 "근거 없이 정부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 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특히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 내 사용을 강제하여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 정책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연구기관이면 연구기관답게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정부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