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 속에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주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3원(0.20%) 내린 11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부터 6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위안화 강세와 약달러 기조로 원화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원화가 당분간 위안화와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수출주의 상승 모멘텀 둔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코로나 이후 상당 기간 동안 내수주 중심의 상승세가 지속됐는데 경기 회복 신호가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수출주 우위가 완연하다”고 평가했다.
원화강세가 기업의 수출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수요에 대한 기대를 고려했을 때 과거와 같이 내수주·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보다 수출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서 연구원은 “원화강세라는 경기 회복 신호에 초점을 맞춰 보면 언택트 관련 업종의 실적이 가늠되는 10월 전후까지는 경기민감 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주가 레벨 역시 성장주 보다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기대되는 자동차, 반도체, 화학 등 시총 상위 수출주에 관심을 기울이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대비 원화강세 국면에서 주가 상승확률과 수익률이 높았던 Tech 하드웨어(H/W), 소재, 증권 업종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고 꼽으며 “특히 원·달러환율 수준이 1160~1140원 구간에 업종 주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반도체, IT H/W, 증권, 철강, 화학 순으로 나왔고 원·달러환율 수준이 1140~1120원대 국면에서는 조선, 호텔·레저, 건설, 증권, 철강 순으로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은 주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자산가치 재평가와 함께 외국인 수급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피 상승추세 동력 중 하나로 달러 약세, 원화 강세흐름을 꼽을 수 있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고,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증시에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문제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와 교역회복이 가시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실적 전망, 모멘텀을 좌우할 변수는 환율보다 기업 펀더멘털에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와 대표 수출주인 반도체, 자동차의 내년 이익모멘텀은 각각 40%, 39%, 53%에 달한다”며 “환율보다 양호한 글로벌 경기, 이와 맞물린 업황·실적 개선 기대가 증시, 수출주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보합세로 개장한 21일 오전 KEB하나은행 외환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