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고용주와 말다툼을 벌인 뒤 근로자가 사업장을 떠나 출근하지 않자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퇴직처리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제과·제빵 및 음료 판매업체 직원인 A씨가 실질적 운영자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고용주와 말다툼을 벌이다 사업장에 돌아오지 않은 직원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라고 판단헀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A씨는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으니 당장 가방을 챙겨 나가라"는 B씨의 말에 "그럼 나가면 되겠네요"라고 말하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됐으며 이는 해고의 정당한 사유나 서면통지 절차가 결여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A씨를 갑작스럽게 해고할 이유가 없고 A씨가 자진 퇴사한 이후 2달 넘게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장 운영이 어려워졌다"면서 해고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의 의사에 반해 B씨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된 것이라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런 이유로 해고하느냐'는 A씨의 항의에 해고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고 '거짓말 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다'고 해고사유를 설명했다는 점과 A씨가 사업장을 나간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해당 날짜까지 급여를 지급해 근로관계 종료를 공식화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에게 사직 의사를 재고해달라거나 다시 출근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한 적이 없었고 부분적으로 본사 인력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므로 A씨를 해고함으로써 사업장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에 따른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도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