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부의 개천절 집회 원천 봉쇄에 대해 "사실상의 코로나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반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보수단체들이 오는 9일 한글날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막겠다는 방침이어서 집회 차단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정권이 개천절 집회를 과잉 단속했다"며 "광화문 광장을 경찰 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을 슬프게 했다. 사실상 코로나19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방역, 보건방역은 온데간데없고 정치방역, 경찰방역 국가가 됐다"며 "헌법이 보장하고 법원이 인정한 집회 사위의 자유까지 사실상 방해하고 금지하는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천절 집회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보수단체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강동역 인근에서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광복절 집회로 인해 '코로나 재확산 책임론'에 발목을 잡혔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불참 방침을 거듭 강조해왔다. 다만 방역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는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여당에서는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대응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하며 한글날 집회도 통제해달라 요청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광화문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봉쇄됐다. 한시름은 덜었지만, 일부 단체는 한글날 집회를 또 예고했다"며 "불법집회나 방역 방해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경찰은 한글날에도 불법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위험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천절 집회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한글날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의힘이 김창룡 경찰청장 소환을 예고해 오는 7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개천절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화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한글날에도 보수단체들이 금지통고를 무시하고 불법집회를 강행한다면 역시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