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남·북·미 혹은 북·미 대화 전격 재개를 의미하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분위기다. 10월 중 성사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분수령이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 각종 악재에도 남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나는 당신과 령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고 공개 위로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에 걸린 해외 정상에게 위문전문을 보낸 것은 처음이며, 북미 정상 간 서신을 북측이 먼저 공개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모습은 남북관계에서도 발견된다. 김 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무원 피격사건'이 발생한지 3일 만인 지난달 25일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큰 실망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북 간 문제로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 실무대화는 사실상 중단됐지만, 남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소통은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10월 중 성사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와병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7~8일 방한 일정은 일단 연기됐다. 일각에선 일본(4~6일)만 방문하고 한국은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에서 예정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회의가 '대중국 포위망' 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중 갈등에 거리를 둘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론이 있다.
또한 '탑다운' 북미대화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된 것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10월에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미 관계가 순항하던 2018년 4차례나 방북해 북미 대화를 이끌었기에, 향후 방한에서 북측과 접촉을 갖고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최종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한미 간 의견조율이 긴밀하고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에도 관심이 모인다. 9~11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시작으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16~20일)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27~30일)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와 소통하고 돌아왔다. 이는 북한에게 제시할 한미의 협상카드를 가다듬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위문전문을 보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최서윤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