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2025년 약 2100만명의 취업자에게 고용보험 제도를 적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실제 추진 작업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고용보험에 대해 기존 '사용자성' 기준이 아닌 '소득기반'에 대한 언급이 처음 나왔지만 실제 작동되기 위한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12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수는 2708만5000명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1401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51.8%만 고용보험 테두리 안에 포함돼있다. 이에 정부는 2025년까지 2100만명을 포괄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방향을 올 연말 로드맵을 통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로드맵은 기존 제도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 골자다. 현행 임금노동자에 그치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예술인,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까지 아우르는 식이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에서 처음으로 '소득파악 체계'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그간 고용보험이 사업주 신고에 기반한 임금근로자 중심 제도였다면 앞으로는 고용형태 다양화로 특정한 사업주가 없거나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용대상 확대를 위한 관리체계 전환 시급성을 인지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소득을 파악하고 전통적 형태의 근로자 등과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어 소득정보 파악체계 구축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노동계는 신속한 위기대응을, 재계는 산업현실을 고려한 대응을 강조하는 만큼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올해 말 제출하는 로드맵에 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마련돼야 하지만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가입자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대상 확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용지위'가 아니라 '소득활동'을 기준으로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성 재난지원금이나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지만 이는 땜질 처방에 그쳤다. 소득의 단절이나 급감에 대응하는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노동시장의 지위를 묻지 않고, 소득발생만 확인되면 어려운 상황에 안전망이 작동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올 연말에 발표할 대책에 핵심대안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핵심인 '소득기반의 보험료 징수 체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025년에 실제 전국민 고용보험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올 연말에 발표할 로드맵에 재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 명시와 실시간 과세체계 구축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취약계층과 사업주의 고용보험료 부담 등 정부가 선도적으로 재정을 책임지겠다는 안이 발표돼야 하는데 재정부담 등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 주무부처에서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시간 과세체계 구축을 위한 소득파악 역량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에 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이 3000만명을 넘어서고, 이는 15~75세 인구의 72%에 해당한다. 보완할 부분은 있지만 '소득기반' 사회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인프라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고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어느정도 과세자료에 포착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