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민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창한 기본소득 도입엔 찬성하지만 증세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가 실시한 기본소득 도입 관련 조사 결과를 비교하니 기본소득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증세 반대가 9.6%에서 19%로 늘어나서다.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자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경기도는 도민 216명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도입 관련 공론화 조사 결과 자료를 발표하고, 79%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제도 추진을 위한 추가적 세금 부과에 대한 찬성은 67%로 나타났다. 재원 마련 방안 중 토지세 도입에 대한 찬성은 67%, 소득세 추진에 대한 찬성은 6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공론화 조사'로 진행됐다. 무작위로 전화를 해 단순 찬반을 묻는 일회성 조사가 아니라 특정 조사대상을 정한 뒤 3차에 걸쳐 답변을 듣는 여론집계 방법이다. 과정에는 사안에 대한 숙의·토론도 포함된다. 사안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와 공부를 한 후 답변할 때 결과가 달라진다는 데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가 이런 조사를 한 건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경기도는 그간 지역화폐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마스크 의무화 등 이 지사의 주요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 그의 도정 추진을 뒷받침해왔다. 이 지사는 이번 결과도 주요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은 기본소득 도입을 공언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서다.
14일 경기도는 지난 9월 26~27일 도민 216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며 집계한 기본소득 도입 관련 공론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경기도청
하지만 이 조사를 기본소득 도입의 명분으로 삼기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조사와 올해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증세 반대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3일 조사와 올해 조사(3차 응답 기준)를 비교하면 기본소득 도입 찬성은 75.8%에서 79%로 3.2%포인트 늘었다. 반면 이 제도 시행을 위한 추가 세금 부과 찬성은 75.1%에서 67.0%로 8.1%포인트 줄었고, 증세 반대는 9.6%에서 19%로 두배 늘어났다.
재원 마련 방안 중 기본소득형 토지세 추진은 찬성이 82.4%에서 67%로 감소했으나 반대는 15.2%에서 31%로 두배 올랐다. 기본소득형 소득세 추진은 찬성이 72.1%에서 64%로, 반대는 24.8%에서 32%로 변했다.
14일 경기도는 도민 216명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도입 관련 공론화 조사 결과 자료를 발표하고, 79%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숙의와 토론을 거쳤음에도 이렇게 결과가 나온 건 기본소득을 적극 도입하자는 주장보다는 재원 마련 방안 탓에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 신중하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 부총리 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엔 조사 결과만 우선 발표했고, 아직 결과에 대한 세부 분석이나 지난해 조사와의 비교 등은 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증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건 단순 수치로만 비교할 게 아니라 숙의와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도민들이 의견 등을 종합해 분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본소득의 도입과 재원마련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론화 조사는 경기도가 ㈜한국리서치와 갈등해결&평화센터 컨소시엄에 의뢰해 실시됐으며, 정책 및 공론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조사 연구자문위원회가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자문을 실시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