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비핵화 미 대선 이후로…"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 기회"

서훈 취임 후 첫 방미…"종전선언과 비핵화 따로 놀 수 없다"

입력 : 2020-10-18 오후 1:44:41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갑작스런 미국 방문으로 관심을 모았던 '북미 비핵화협상'과 '한반도 종전선언'이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 백악관은 북미 협상 재개 시점으로 내년 7월 일본 도쿄올림픽 전후를 거론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아스펜 안보 포럼과의 화상 대담에서 "미 대선(11월3일)이 끝난 뒤 북한 사람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가 협상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내년 도쿄올림픽이 협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이 서 실장과의 회동 직후 나온 것을 감안하면 '도쿄올림픽 협상' 아이디어가 한미 간 교감을 통해 도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간 깜짝 만남인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금 북한과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한국은 만족스러운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서 실장은 17일 오후 취임 후 첫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서 실장은 3박4일 간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을 만나 한미 동맹 및 한반도 정세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방미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편안하게 다녀왔다"면서도 "거기(미국)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는 코로나 방역 문제로 당초 계획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 실장은 방미 기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론 미국 내 주요 외교 싱크탱크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종전선언'에 대한 미 조야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것으로, 당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막혀있는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 실장은 1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미 간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다"면서도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비핵화와의 결합 정도가 어떠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는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선후 문제 등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 제안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있다"면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은 유연한 접근을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 했다.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이 아닌, 북한 비핵화 조치의 상응 대가로 종전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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