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살아서 진실 규명"…지지자들 "모습 드러내라" 공격

열성 지지자들 "변호사 뒤에 숨는 것은 미투가 아니다" 조롱
안희정 사건 피해자 김지은 "비슷한 일 겪어…연대·지지"

입력 : 2020-10-15 오후 3:10:5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는 여성단체가 "꿋꿋하게 살아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는 피해자의 입장을 전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지 100일째 되는 이날 피해자는 신상에 대한 위협과 2차 피해를 견디며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전 시장 지지자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억울하면 여성단체 뒤에 숨지말고 직접 나와서 얼굴을 공개하라"며 피해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사건 피해자이자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A씨의 발언을 대독했다. 이날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A씨는 "현재 저의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거주지를 옮겨도 멈추지 않는 2차 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그는 "이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돼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사건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괴로운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서 진실을 규명하고 우리 사회가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반드시 지켜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김지은씨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분께서 겪는 현실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반복해 보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면서 "앞서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굳건한 연대와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해자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관련 기사 댓글창에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지지자로 추측되는 누리꾼들은 "사람이 죽었다. 한가정이 파탄났다. 양심이란 게 있나", "어떻게 피해가 발생한건지 증거도 없이 떠드네", "고인이 무슨 죄냐", "무슨 미투가 이러냐, 정정당당히 나와서 얼굴이나 들어보지", "뒤에서 숨는다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 
 
오는 16일로 박 전 시장이 사망한지 100일째가 되지만 관련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서울시 성추행 방조 및 묵인 혐의 고발 관련 수사도 진행 중으로, 해당 건에 대해서는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들은 피해자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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