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16일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하며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 설립을 발표했다. 글로벌 사업자인 우버 테크놀로지(이하 우버)로부터 1700억원대의 투자와 함께 조인트벤처(JV) 설립까지 약속받았다. 티맵모빌리티가 출범 단계에서부터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자 업계의 눈에 쏠렸다.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손잡은 만큼 국내 시장 선점부터 해외 진출까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신사업 구도. 사진/SK텔레콤
규제와 토종 사업자로 만만치 않은 국내 시장
하지만 티맵모빌리티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SKT와 우버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사업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 양사가 이미 국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실패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우선 택시호출 사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사용자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규제로 가맹택시 외에는 플랫폼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기 힘들어졌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자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기여금 등 문제로 1유형인 플랫폼 운송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2유형인 플랫폼 가맹사업으로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사업 JV에 1000억원(1억달러) 넘게 돈을 넣는 이유도 할 수 있는 것이 가맹택시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뉴시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는 이미 토종 사업자가 자리 잡고 있다. SKT와 우버는 이들을 상대로 정면 도전해야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플랫폼을 선점해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약 1만대 규모의 가맹택시(카카오T블루)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도 규모 면에서는 카카오T블루에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VCNC의 '타다 라이트'와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도 가맹택시에 뛰어들었다.
SKT는 이미 'T맵 택시'를 보유하고 있지만, 월간 이용자(MAU) 70만명 대로 시장 점유율은 2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T맵' 월간 사용자(MAU)가 1200만명으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차를 이용하는 T맵 고객을 택시 호출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도 과제다.
우버는 국내에서 사업을 성공한 전례가 없다. 자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선보였지만 택시 업계의 반대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며 '우버 금지법'까지 생겼고, '우버이츠'는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국내 사업자에게 밀려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재 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호출 수가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우버가 모빌리티 올인원 서비스(MaaS)를 꿈꾸고 있는데, 국내는 택시부터 대리, 렌터카까지 모빌리티로 묶여 있다. 처한 상황이 각기 너무 달라서 공급자 사이드와 이용자의 니즈까지 균형있게 파악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과거 T맵택시와 우버택시에서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것처럼 자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SKT와 우버, 해외 시장서는 함께 가기 더 어렵다
지난 2018년 3월, 우버가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을 그랩에 매각했다. 사진/뉴시스
우버가 글로벌 사업자인 만큼 양사가 해외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SKT가 사업 파트너로 우버를 택한 배경을 묻자 우버 관계자는 "국내를 보면 미미하지만 국제 무대나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까지 보면 우버는 상당히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도 부정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우버가 SKT를 해외로 끌고 나갈 상황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우버는 최근 플랫폼 노동자 지위, 국내 사업자와의 갈등 등 문제로 각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 9월 영국에서 영업 면허 허가를 받으며 기사회생했지만, 내년 8월 영국 대법원에서 있을 우버 기사의 근로자 지위 여부 판결 소송이 남았다. 본국인 미국에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캘리포니아주에서 AB5법이 통과되면서 드라이버 지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우버가 기술 개발에 투자한 사례는 있어도 타국 진출을 목표로 전략적 협력을 위해 투자한 사례는 없다"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봤을 때 향후 SKT가 우버를 딛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티맵모빌리티가 T맵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도 해외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T맵은 국내 기반의 서비스다. 해외 지도나 교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버는 한국을 제외한 국외 시장에서 구글 맵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외에서 SKT가 우버에 도움이 되기도 쉽지 않다.
"목표는 '플라잉카'"…국내 사업자와 다각도 협력 전망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시스템. 현대차와 우버의 로고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SKT와 우버가 손잡더라도 국내외 모빌리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양사가 결국 다른 것보다 UAM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가 하늘길 사업의 선두주자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박정호 SKT 사장이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6월 말, 한국 정부는 도심항공교통 실현을 위해 산·학·연·관 원 팀(One Team) 'UAM 팀 코리아'를 발족했다. 오는 2024년까지 공항지역 연계 및 도심지역을 연결하는 도심항공교통을 실현시키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SKT의 이종호 모빌리티사업단장이 산업계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우버와 UAM 사업 협약을 맺은 현대기아차도 UAM 팀 코리아에 합류해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이 맺은 배터리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SKT의 내비게이션 기술 위에 우버의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얹고, 현대차가 개발할 PAV(개인용 비행체)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도심항공교통 로드맵을 공개하며 몇 년 내로 가격을 모범택시 수준으로까지 맞추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장기적으로 양사가 UAM 사업을 위해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