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금형 '하도급 갑질' 제동…비용 정산·회수 등 가이드라인 제시

하도급 금형 거래 가이드라인 마련
2년 전 불거진 현대차 금형 갑질 사례
금형 비용 부담 주체 등 사전 계약해야
"비용 완료하지 않을 경우 금형 회수 못해"

입력 : 2020-10-21 오후 12:12:2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 A영세업체는 중견업체인 B사의 금형설계 하도급을 맡았다가 납품 대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B원사업자의 제품 요구사항에 따라 금형 설계를 변경했으나 추가 금형 제작비용, 생산비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초부터 불량품인 금형을 지급해 일을 맡긴 터라 A영세업체는 비용을 들여 추가 금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원사업자인 B사는 추가 금형 지급 없이 납품을 요구한 후 제품 불량을 하도급업체의 귀책사유로 떠넘겼다. 
 
지난 2018년 ‘자동차산업 제도개선 공정회’를 통해 불거진 현대자동차의 갑질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하도급 금형 거래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기준안이 나왔다. 특히 수급사업자에 대한 부당 비용 전가를 차단하기 위해 금형 비용 부담 주체 등은 사전에 계약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당사자 간 금형 거래의 분쟁을 예방할 ‘하도급 금형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또 원사업자의 금형 회수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금형 사용기간 만료 30일 전 또는 계약 해제·해지 후 즉시 회수시점을 원사업자가 통보하도록 했다. 만약 금형 비용 정산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원사업자가 금형을 회수할 수 없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당사자 간 금형 거래의 분쟁을 예방할 ‘하도급 금형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금형을 통한 완성품 생산을 위탁할 경우 금형 관리 및 비용 정산 시 원·수급사업자의 준수사항을 제시한 금형 거래 계약 내용이다.
 
공정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반영해 자동차, 전자 업종 등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할 예정이다. 더욱이 금형 회수 문제는 2년 전 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돼 온 사안이다.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는 현대차 갑질 의혹이 쏟아지면서 완성차의 갑질 방지책이 요구돼 왔다. 금형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거래관계 종료에 따른 보상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당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속거래로부터 비롯된 금형 강제 회수 등에 대한 해결이 촉구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금형 사용·관리에 대한 사전 협의 사항과 비용의 분담기준을 담았다.
 
따라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유지·보수비용, 보관비용 등 금형 관리 비용 부담 주체, 금형 비용 정산 방법 및 정산 기일 등을 사전에 서면 협의해야한다. 아울러 금형 사용·관리에 따라 발생하는 분쟁 상황별 비용 분담 기준도 제시했다.
 
예컨대 원사업자의 제품 설계 변경으로 금형 사용이 중단될 경우 수급사업자는 보수용(AS)물품 공급을 위해 금형을 사용가능한 상태로 유지·보관해야한다. 이 때 금형 보관비용, 유지·보수비용, 재제작비용 등은 원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회수시점·회수방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했다. 원사업자는 금형 사용기간 만료 30일 전 또는 계약 해제·해지 후 즉시 회수시점 등을 통보해야한다.
 
계약 해제·해지로 원사업자가 금형을 회수할 경우에는 해제·해지된 시점부터 일정기간 계약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원·수급사업자 간 금형 비용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 분쟁 등으로 금형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금형을 회수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납품에 필수적인 금형을 일방적으로 회수하거나 수급사업자에게 유지·보수비용 등 금형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원·수급사업자 간 자율적인 금형 모범 거래 관행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형 비용 정산, 금형 회수·반환에 관한 기준 및 절차가 원·수급사업자 간에 공정하고 상호 예측 가능하도록 제시되면서 분쟁 발생의 소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기준 개정 등을 통해 금형 거래 가이드라인을 도입·반영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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