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통 3사가 제휴를 통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G가 상용화되면서 핵심 콘텐츠로 AR·VR이 부상했지만 아직까지 핵심 서비스라고 자신할 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다.
21일 열린 2020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2020 콘텐츠 인사이트 생중계 화면 갈무리
KT 신사업본부에서 IM사업을 담당하는 이영호 팀장은 21일 열린 2020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VR·AR 밸류체인이 만들어져야 돈이 들어오고 콘텐츠 제작 재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KT도 그렇고 다른 2개사(SK텔레콤·LG유플러스)에서도 게임 등 일부 외에는 고객들이 돈을 내고 구매하는 콘텐츠가 없다"며 "통신 3사도 경쟁적으로 협력하면서 VR·AR 서비스에서 협력하면서 에코시스템(생태계)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설명하는 실감형 콘텐츠 생태계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가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구조다. 초고속·초연결·초지연을 실현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 위에 다양한 AR·VR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된 상황에서 시장 수준의 가격으로 단말기(디바이스)가 공급될 때 실감형 콘텐츠 생태계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AR·VR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활성화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투자와 제휴를 지속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실감형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으니 수익도 발생하지 않고 재투자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VR 전용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가격도 여전히 비싸다. 최근 오큘러스가 파격적으로 가격을 할인했지만, 대중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팀장은 "최근 LG유플러스와 KT가 양사 실감형 콘텐츠를 공유하는 제휴를 검토 중이며 SK텔레콤과도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며 "통신 3사가 같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맡았던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국내 실감형 콘텐츠 시장이 성숙하려면 이통 3사가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대중이 각자 다른 디바이스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체험을 할 수 없다면 시장이 없다고 본다"며 "콘텐츠를 어디서 만들어도 어디서나 같이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AR·VR 제작 도구를 배포하고 있는 시대가 열린 만큼 이통 3사가 만든 실감형 콘텐츠를 한데 모아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세 통신사가 콘텐츠 제작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은 같이 죽는 길이다"며 "컨소시엄을 만들고 생태계를 구축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LG유플러스는 실감형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이미 글로벌 통신사와 '확장현실(XR)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과거 '태양의 서커스'를 VR 콘텐츠를 제작한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와 콘텐츠를 제작하며 밸류체인 구축을 고민하다 다른 통신사들과 손잡게 된 것이다. XR 얼라이언스는 최근 새 콘텐츠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했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통신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보편적인 내용의 고품질 콘텐츠를 만든 후 각국의 수요처가 된다.
신영근 LG유플러스 5G 서비스&사업팀장은 "콘텐츠는 처음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서 VR 콘텐츠를 보고 어지럽다, 크게 잘 모르겠다고 반응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고품질 콘텐츠 자체를 만드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취지에 공감하는 통신사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