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연착륙 가능할까)②지역화폐 지속가능하려면…"밀착성 높이고 효용성 지키고"

지역 주민 밀착 공유자원 인식, 일회성 지양…'발행량 한도 설정'

입력 : 2020-10-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표진수 기자] 지역화폐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민 등 공동체와 지역화폐 간 밀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역화폐를 '특별한 돈' 또는 '지방자체단체가 꽂아준 돈'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공유자원'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원의 효용성을 위해 화폐 발행량 한도를 정하는 등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5일 김병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얻으려면 화폐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 편의성,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각 지자체가 지역화폐 주민운영위원회를 강화, 지역화폐 사용의 불편을 줄이는 정책들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역화폐 주민운영위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방자체단체마다 조례를 통해 만들도록 규정한 조직이다. 지자체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지자체 고위공무원과 지역 내 시민단체 활동가, 경제·금용업 종사자, 소상공인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주민운영위를 만들게 한 건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지만, 그간 지역의 실정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하는 일가 많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5월14일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시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을 이용해 지역 시장에서 빵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연구위원은 "지역화폐는 처음 상품권 형태의 지류로 지급되다가 이제는 충전식 카드방식을 주로 쓰게 됐으나 아직 모바일결제 기능은 약하다"면서 "결제 기능의 불편을 줄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에 관해 주민과 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 방안을 계속 다듬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지역화폐 정책에 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역화폐와 공동체의 밀착을 위해선 지역민을 '지역화폐 정책'의 대상자 또는 수혜자로 한정해선 안 되고 지역화폐라는 공유자원을 누리는 주체로 여겨야 한다"라고 했다.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 남발을 제어하고 자원의 효용성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경기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기도 지역화폐'로 지칭되지만 실제 도내 31개 시·군에서 쓰는 지역화폐와 발행량은 각각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남시가 860억원어치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한 반면 동두천군과 연천군은 각각 21억원치의 동두천사랑카드와 연천사랑상품권을 유통시켰다.
 
이 차이는 지자체마다 재정 상황과 경제 수준, 인구규모 등 도시 여건이 다른 탓이다. 동시에 이는 '지역에서만 통용된다'는 지역화폐의 특성으로, 전국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자체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다. 특히 지자체마다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사용처도 다르다. 서울시는 어느 매장에서든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면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한해 매출 10억원 미만의 업체에서만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발행량에 관한 '불편한 진실'도 지적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지자체장의 성향이나 공약 여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이 모두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점, 성남시의 지역화폐 발행량이 유독 많은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선 5·6기 성남시장을 지낸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가 기본소득 논의와 함께 생겨난 지역화폐 붐에 편승, 인센티브 등에서 사후 대책 없이 지역화폐를 찍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과 지역경제, 지역화폐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장 치적 쌓기와 무리한 홍보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에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민들은 지역화폐를 일회성 정책으로 인식하게 되고 지역화폐를 통해 구현하려던 선의의 정책목표 달성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 지역화폐 '동백전'이 대표적 사례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동백전을 발행하면서 가입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지역화폐로 구매할 경우 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동백전은 출시 반년 만에 가입자를 약 23만명까지 늘렸으나 그만큼 캐시백 예산도 급증해버렸다. 부산시는 캐시백 제도를 중단하는 걸 검토했으나 동백전 이용률 감소를 우려, 결국 정부로부터 국비 7200억원을 요청해야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 사용 때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건 어쨌든 중앙 정부와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인센티브를 중단하면 지속가능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너무 많이 발행하지 않도록 예산·인구 대비 발행량 한도를 정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호·신태현·표진수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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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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