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이 무죄를 선고한 만큼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이번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소 671일만이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심담)는 16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무죄로 선고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 사건 토론회에서의 피고인 발언은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방 후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이고 적극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알리는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이후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바 없다"면서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이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기속력은 하급심이 새로운 증거 등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의 변경 없이 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을 말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8년 11월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에 따르면,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직시절인 2012년, 악성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이유로 친형 고 이재선씨를 강제입원 시키기 위해 당시 성남시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018년 12월11일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 허위사실 유포 △ '파크뷰 특혜분양사건' 검사 사칭 등 혐의도 추가했다.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9년 5월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4개 혐의 중 '친형 강제입원' 허위사실 공표 혐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직을 잃게 된다. 이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되면서 유력 대선후보인 이 지사로서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지난 6월15일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합의가 어려워 회부한 사건을 심리하게 되는데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합의 과정에서 담당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바뀔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나흘만인 같은 달 19일 심리를 종결했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16일 '무죄 7대 유죄 5' 의견으로 이 지사에 대해 사실상 전부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무죄로 판단한 다수 의견은 "TV토론은 후보자들간 검증의 장인 만큼 표현의 자유를 더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면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 9월21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당선 목적으로 허위사실 공표를 한 것이 명백하다"며 파기환송 전 항소심과 같은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다수의견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피고인의 발언은 개인적 의혹과 도덕성에 대한 발언으로, 정치적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토론회의 즉흥·돌발성에 비춰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는 다수 의견도 잘못된 판단"이라며 "방송토론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된 이전 판시, 공직선거법 도입 취지를 도외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권 남용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면서 "피고인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허구의 공소사실, 즉 유령과 싸워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공소사실을 허위로 작성하는 점에 경악했다"며 "이런 억지·허위 기소를 벗어나는 데에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