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극단적으로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온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일갈'은 삼성내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표출한 일화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질 위주의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이다.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의지다.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신경영을 선포한 것이 결과적으로 삼성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삼성은 가전, 그 다음에는 지금 삼성을 이끌고 있는 두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분에서 눈에 띌 만한 성장을 하면서 현재는 글로벌 브랜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4년 삼성전자 반도체 30년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뉴시스
또 디자인 경영도 이 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 이 회장은 기획력과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다른 요소까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돼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1993년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다지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했다.
게다가 1996년 신년사에선 "올해를 다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우리의 철학과 혼이 깃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나가자"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재한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는 독창적 디자인과 UI(사용자 환경) 구축, 디자인 우수 인력 확보,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 기술 인프라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제2의 디자인 혁명'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마하(Mach) 경영을 내세우기도 했다. 마하 경영은 이 회징이 2002년 "제트기가 음속의 2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고 발언한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는 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는 물론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였다. 마하 경영의 핵심은 바로 '한계 돌파'라는 게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그후 삼성그룹은 마하 경영의 추진 방향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미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 경영 전 분야에 대한 총체적·근본적 혁신, 창의적이고 소통·상생하는 기업 실현으로 설정했다.
이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