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표준등급 기준 7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3.6%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하면 0.08%포인트 내려갔다. 앞서 8월까지만 해도 평균금리는 상승세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약 차주에 대한 리스크를 반영하면서다. 그렇다면 지난달부터 금리가 하락한 것은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아니다.
최근 카드론 평균금리가 하락한 데는 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이 줄었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일제히 하락세를 그렸다. 올해 9월말 기준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 평균 연체율은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1.36%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대손비용도 감소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5개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221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1800억원 떨어졌다.
통상 카드론 자산이 증가하면 연체율과 대손비용도 올라간다. 올 3분기에도 카드론 자산은 늘었다. 그럼에도 연체율과 대손비용이 모두 개선된 것은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금융사가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는 것을 응당한 일이다. 다만 서민 금융난이 커지는 시점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당장 시중에 자금이 부족한 서민은 생활고에 시름 하거나 고통이 커진다. 급전이 필요할 경우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에 손 뻗을지도 모른다.
카드사가 금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지표 관리에만 천착해선 안 된다. 최소한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 자에겐 재기의 기회를 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신용평가 도입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거래가 부족한 개인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선 신용정보제도 보완하기 위해 직업 안정성, 집 주소 및 핸드폰 변경 횟수 등을 이용한 100여개 대안 모형이 개발됐다.
카드사 등 국내 금융기관도 이런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짐을 신속히 덜어줘야 한다. 더욱이 내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해 데이터를 활용할 여건이 갖춰진다. 이런 변화의 시점에 카드사가 대안평가 모델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도약이 될 수 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