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비위 의혹이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사표를 받고 감찰을 중단한 것은 이른바 '3인 회의'에서 결정됐고, 이는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사직 처리도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는 3일 오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에 대한 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 변호인의 "증인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있는 자리에서 박형철 전 비서관이 감찰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조 전 수석이 증인에게 어떻게 처리할지 의견을 물어봐 사표를 받는 것으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또 "당시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비위 소문이 파다하게 나고 언론 보도가 시작됐는데, 감찰에 응하지 않아 감찰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었고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증인이 사표를 받자고 의견을 개진했나"란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변호인이 "증인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사표 정리가 민정수석실의 입장이라고 얘기한 것이 맞나"라고 물었고, 백 전 비서관은 "그것을 제가 얘기 안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이 "증인 유 전 국장 개인에게 합당한 징계나 처벌보다는 국정 운영에 부담되는 상태 자체를 우려해 빨리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맞나"고 묻자 "12월 첫 번째 고위직 인사 앞두고 이 사건을 예의주시한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라 신속하게 동의 하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은 이를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의 변호인은 백 전 비서관에게 "3인 회의에서 사표를 받기로 한 것이 아니고, 증인이 사표를 받는 것이 낫겠다고 조 전 수석에게 의견을 개진하니 사표를 받는 것으로 하자고 결정하고 나서 나중에 박 전 비서관에게 통보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백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12월 인사가 있는데, 현직에 있기 전에 있던 문제로 문제 제기해서 인사 조치로 옷을 벗기면 마치 청와대에서 공직자에 대해 대규모로 사정 인사 조치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로 공직자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수석과 제가 했고, 그 상황에서 충분히 협의해 사표를 제출받은 것"이라며 "담당자였던 박 전 비서관도 틀을 다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다 상의하고 협의해서 팀워크 속에서 결론 내리려고 했지 수석이 독단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국장에 대한 처리 방침이 예외적이란 얘기가 계속 있는데, 조 수석 취임 후 이런 식의 유사한 감찰이 있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조 수석이 예외적으로 처리했다고 하려면 유사한 감찰이 있었으므로 예외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감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사정 당국처럼 꼭 징계를 위해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권마다 처리 방식이 다른 것"이라며 "수석 취임 후 개인에 대한 감찰이 없던 것으로 기억해 비교 대상이 없는데, 이것이 예외적이라고 하는 것인 조금 이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이 "간단히 조 수석 입장에서는 정무적 판단도 중요하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백 전 비서관은 "그러한 정무적 판단을 하라고 수석이 계시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 전 장관 등은 지난 2017년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해 12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