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비위 의혹이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정무적 판단을 받아들 사표를 받는 방향으로 감찰을 결정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여기에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까지 포함된 3인의 동의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는 3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백원우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비서관 등에 대한 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신문에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권이 아닌 감찰권을 가진다"며 "인사 문제로 처리하자는 것이 정무적 판단이다. 형사처벌 문제로 풀 것인가, 인사 문제로 풀 것인가의 판단에서 백 전 비서관은 인사 문제로 판단했고, 저는 그 손을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17년 하반기 당시 국정과제 중 중요한 것이 적폐 청산이었고, 여러 공무원이 나가게 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백 전 비서관이 사표 처리 의견을 냈을 때 공무원을 무조건 형사 처벌하면 집권 여당과 집권 세력으로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 정무적 판단이었고, 그 점을 상당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형철 전 비서관의 보고서에도 그렇게 제출돼 있던 것 같은데, 3년에 걸쳐서 향응을 받은 상황에서 액수가 적거나 확인이 안 됐다"며 "수사 기관의 관점에서는 범죄 혐의를 단초를 포착해 빨리 진행할 수 있지만, 수사 기관이 아닌 관점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점에서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에 대한 문제가 불확실할 때는 빠른 인사 조치가 맞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가 "징계나 수사 의뢰 없이 인사 문제로 정리해도 되는가"라고 물었고, 조 전 장관은 "액수를 정밀하게 판단해 확정하고, 대가성을 확정해 징계할 권한은 소속 기관장에게 있고, 고발 의무도 소속 기관장에게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물론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다 응했다면 밝혀질 상태였겠지만, 병가를 낸 상태에서 초동 단계만 확보한 상태서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그다음에 징계할지, 인사 조치할지는 제 권한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검사가 "증인과 피고인 모두 비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 맞나"고 묻자 조 전 장관은 "최소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에는 다 동의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가성 문제나 직무 관련성 액수 문제가 불분명했지만 항공권 등 문제가 나왔고, 감찰에 불응했다는 측면도 있었다"며 "골프텔과 관련한 사생활 문제도 나와 사후적으로 품위 유지 문제도 연관돼 있어 옷을 벗어야 한다고 당연히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조 전 장관에 앞서 증인신문을 받은 백 전 비서관도 조 전 장관 변호인이 "증인은 조국 전 수석이 있는 자리에서 박형철 전 비서관이 감찰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조 전 수석이 증인에게 어떻게 처리할지 의견을 물어봐 사표를 받는 것으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또 "당시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비위 소문이 파다하게 나고 언론 보도가 시작됐는데, 감찰에 응하지 않아 감찰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었고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증인이 사표를 받자고 의견을 개진했나"란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이 "증인 유 전 국장 개인에게 합당한 징계나 처벌보다는 국정 운영에 부담되는 상태 자체를 우려해 빨리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맞나"고 묻자 "12월 첫 번째 고위직 인사 앞두고 이 사건을 예의주시한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라 신속하게 동의 하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은 이를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 등은 지난 2017년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