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2시간 남짓을 달리다보면 철조망 벽으로 둘러싸인 서해수산연구소 태안양식연구센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충남 위치한 태안양식연구센터는 서해의 모든 갑각류를 연구하는 서해안 어족자원 기술의 핵심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특히 갑오징어, 바다새우 등 고부가가치 양식 품종의 잇따른 육상수조양식 성공은 날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수산 먹거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저염분 바이오플락(BFT·미생물 활용 양식법) 기술로 시험양식에 성공한 흰다리새우는 바다가 아닌 육상수조를 이용해 사시사철 생새우를 맛볼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 흰다리새우는 멕시코와 중남미의 서부 해안이 원산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품종이다. 전통적 새우양식은 대하가 주류였으나 1990년대 이후 질병발생으로 폐사가 발생하면서 대체품종의 계기를 맞았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 원장(사진 가운데)이 6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태안양식연구센터 내 그린하우스에서 ‘저염분 바이오플락 흰다리새우’를 살피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이후 각종 요리재료로 흰다리새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제철 출하시기가 정해져 있어 ‘가을 한철’ 귀하신 몸값을 자랑해온 서해 대표 명물이다. 최소 20도의 수온에서 새우를 키워 손바닥만 한 사이즈를 출하할 시기가 가을이기 때문이다. 제철 이후에는 국내산 냉동새우와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새우가 우리식탁을 점령한다.
하지만 저염분 BFT 기술을 이용하면 1년 내내 국내산 생새우를 맛볼 수 있다. 저염분 BFT 기술로 실내수조에서 온도만 맞추면 국내산 생새우의 양식 출하가 가능하다. BFT는 양식생물이 배출하는 배설물이나 먹고 남은 사료를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는 등 사육수를 교환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첨단 양식기술이다.
박광재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양식새우의 대부분은 흰다리새우이고 대하는 자연산만 소량 어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에 적합한 한국형 저염분 BFT를 시작해 실내수조 실험을 통해 바다새우 양식이 가능한 최저이온 비율을 구명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저이온 비율 기술을 반영한 사육수 조성비용이 기존 해수 사육수 조성비용의 약 60%에 불과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예컨대 1톤 사육수 조성비용을 보면, 해수는 7765원이나 최저이온 비율 지하수는 4948원이 소요된다. 지하수를 기반으로 인공 해수염을 추가해 만든 사육수는 BFT를 융합, 평균 체중 25g의 양식 새우를 생산한다.
뿐만 아니다. 국내 소비량 증가로 4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갑오징어의 양식기술도 쾌거다. 한국 남서해안, 일본, 중국, 필리핀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갑오징어는 연안환경과 국민들의 식문화 변화 등이 원인으로 자원량은 감소하고 가격은 높아지고 있는 품종이다.
2018년 인공종자생산과 지난해 전주기적 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으나 축제식 양식현장적용은 큰 고비였다. 양식기간이 짧아 상품성이 낮고 기상재해에 취약한 부분은 걸림돌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산과학원의 아이디어는 육상수조식 양식이다. 그 결과 집중호우에 노출된 축제식보다 기상재해에 대응할 수 있고 양식기간도 2개월 연장됐다.
임현정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장은 “육상수조식에서 도출된 자연발생 먹이 부족 문제점은 고수온, 집중호우와 같은 천재지변과 달리 양식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 가능한다”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맛있는 갑오징어를 수입과 자연어획에서 양식생산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태안양식연구센터 양식시설에 ‘저염분 바이오플락 흰다리새우(사진 오른쪽부터)’와 ‘육상수조양식 갑오징어’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태안(충남)=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