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말부터 시행 중인 '임대차 3법'이 전월세 거래에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국민이 6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한 조치이나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하고 전세 매물 실종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번 주중 '전세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전·월세 거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4.3%가 ‘도움이 안된다’고 답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14.9%에 불과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시행에따라 세입자 임차 기간을 최장 4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2년 내 5%로 묶어놨다. 하지만 전셋값을 올릴 수 없게 되자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며 전세 공급이 줄고, 미래 인상분까지 감안해 전세금을 올리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거 형태로는 전세 임차인의 98.2%, 월세 임차인은 66%가 전세를 선호했다. 선호 이유로는 ‘월 부담하는 고정지출이 없어서’가 48.3%로 가장 많았고,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저렴해서(33.6%)’, ‘내집마련을 위한 발판이 돼서(1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월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과 월세가 전세보다 나쁜 게 아니라는 여권의 주장에도 전세 선호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물량 품귀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심화된 전세난은 현재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71주, 전국적으로는 61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셋째주(10월 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해 지난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7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가중됐다는 지적에 대해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세 공급도 줄지만, 기존 집에 사시는 분들은 계속 거주하기 때문에 수요도 동시에 줄게 된다”면서 "임대차 3법이 (전세 대란 등) 원인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고, 여러 원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임대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최대한 늘려 전세난 상황에 숨통을 틔우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규제 완화보다는 임대차 3법 등 기존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에 임대주택을 단기간에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란 예측이 많다.
또 현재 공실인 주택을 정부가 매입·임대해 전세로 다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수도권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단독주택, 아파트가 매입·전세임대 주택으로 나올 가능성도 나온다.
이 외에도 상가나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만들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과 기존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전세 대책에 포함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