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에서는 윤 총장의 상승세를 두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영된 민심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환영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편한 모습이다. 윤 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울수록 다른 차기 주자들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는 윤 총장(24.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2.2%), 이재명 경기지사(18.4%) 순이었다. 여권 양강 주자의 지지율이 20% 안팎에서 정체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윤 총장이 처음으로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를 마친 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보수야권 입장에서는 '바닥 민심'에 정권 견제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야권 내부에 윤 총장을 대체할 만한 주자가 부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실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주자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일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과도한 '윤석열 때리기'가 불러온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탐정업법 제정 입법방향과 전략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니까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면서도 "현재 정치를 안하고 있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말은 이 정부의 폭정, 추 장관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앞으로 추 장관의 윤석열 때리기는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야권 내 인사들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지 못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망론을 키워준 쪽은 문재인정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려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서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부상으로 야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6일 부동산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여의도 복귀' 행보를 시작한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와 주택과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비판해도 마이동풍"이라며 "경제를 살리려면 정권을 교체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