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로 향후 LNG추진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미 한국은 LNG추진선을 활발히 건조하고 있어 수주 기대감이 커진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LNG추진선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선박 연료의 유황성분을 기존 3.5%에서 0.5%로 제한하는 'IMO 2020' 규제를 시행한데 이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는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해운 분야를 포함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정권이 새롭게 들어서면 환경규제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바이든은 후보시절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도 했다. 탄소중립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이 같아 탄소 순배출이 '0'이 되는 상태다.
이처럼 해운업계에서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조선업계에선 LNG추진선을 그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탄소뿐 아니라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황산화물(NOx),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연료추진 원유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10년간 LNG추진 교체 수요 3만척
이에 따라 시장에선 향후 10년간 LNG추진선 발주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은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맞아 LNG추진선으로의 교체기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3만척의 중고선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대부분 LNG추진선으로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 중 대체연료 사용으로 저속추진엔진이 탑재되는 선박이 92척(44.9%)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이는 2018년 28.6%, 2019년 38.7%에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LNG레디(LNG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박)'로 수주한 계약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더욱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현재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상담에서 LNG추진엔진이 탑재되는 사양이 거의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한국 조선업 수주실적에서 LNG추진엔진이 탑재되는 선박 수주비중은 사실상 10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LNG추진선의 수요가 높아질수록 기술·인력의 한계를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한국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납기내에 LNG추진선을 건조하지 못해 인도가 지연된 사례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삼호중공업
K조선, LNG추진 기술 적용 활발
LNG추진선은 이미 활발히 건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4월 버뮤다 지역 선사로부터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2536억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독자개발한 LNG연료공급시스템 '에스-퓨가스(S-Fugas)'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기존 디젤유 사용에 비해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5%, 이산화탄소 25%를 저감할 수 있다.
또 운항 중 바닷물의 흐름 제어를 통해 선박의 연비를 향상시키는 각종 연료절감장치(ESD)와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도록 최적의 운항 계획을 자동으로 수립하는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이 탑재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2년부터 다양한 형태 및 재질의 LNG연료탱크와 고압·저압 엔진(ME-GI, X-DF)을 선박에 적용해왔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연초 12만4000톤급 LNG추진 셔틀탱커 2척을 수주했다. 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해상에서 선적해 육상 저장기지까지 실어 나르는 선박으로 선가가 VLCC 대비 약 1.5배 이상 높다. 이들 선박은 오는 2022년 하반기까지 선주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계약에는 옵션물량이 포함돼 있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8월 LNG추진 기술을 갖춘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 싱가포르 EPS가 발주한 선박이며 1만2000입방미터(㎥)급 대형 LNG연료탱크를 탑재해 1회 충전만으로 아시아에서 유럽 항로를 왕복 운항할 수 있다. LNG연료탱크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충격 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9%니켈강'이 적용됐다. 현대삼호중공업은 EPS사로부터 수주한 동형 선박 6척을 건조하고 있으며, 이들 선박은 2022년 3분기까지 모두 인도될 예정이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