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준영 CJ ENM PD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은 18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 PD에 대해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추징금 3699만원을 선고했다. 안 PD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범CP(총괄 프로듀서)와 이모 PD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1년 8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안 PD에게 부정청탁한 혐의를 받은 연예 기획사 관계자 5명은 원심의 벌금형에서 형량이 높아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18일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안준영 PD가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프로듀스 시리즈는) 피고인들의 제작 아이디어와 연습생의 최선을 다한 노력, 열정적인 시청자 셋이 합쳐져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은 연습생 선정이라는 목적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맞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피해 연습생은 평생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국민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 시청자는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며 “참여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참담하게도 모두 피해자가 됐다”고 질타했다.
특히 재판부는 프로그램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지고 데뷔조 선정 순위를 모의한 김 CP와 연예 기획사로부터 3700만원에 이르는 접대를 받고 순위를 조작해준 안 PD의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순위 조작에 가담한 이 PD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유료 문자 투표 관련 사기죄 피해 금액의 경우 같은 전화번호로 2회 이상 중복 투표한 경우는 집계되지 않는다고 사전 고지한 점을 인정해 원심 판단을 일부 파기했다.
이날 선고에서는 세 사람의 범행으로 인해 억울하게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의 실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피해 연습생은 프로듀스 시즌1 김수현·서혜린, 시즌2 성현우·강동호, 시즌3 이가은·한초원, 시즌4 앙자르디 디모데, 김국헌·이진우·구정모·이진혁·금동현 연습생이었다.
순위 조작 수혜자의 경우 조작 사실을 모른 것으로 보이는데다 피고인 대신 희생양이 될 위험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행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 시청자가 안 PD와 김 CP, 이 PD를 상대로 낸 문자투표 값 100원 배상 신청에 대해서도 “기망행위로 인한 것이 명백하고 사기 범행에 해당한다고 선언하는 큰 의미가 있다”며 “공동으로 100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안 PD 등은 2016~2019년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1~4 시청자 투표 결과 조작으로 특정 연습생 순위를 바꿔 CJ ENM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자 투표로 시청자가 원하는 연습생을 아이돌 멤버로 데뷔시킬 수 있다고 속이고 유료 문자 투표를 유도해 수익을 올린 혐의(사기)도 있다.
이와 별개로 안 PD는 2018~2019년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부정 청탁 대가로 3600만원 규모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