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정한 발사체를 해상 요격기로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면 북한을 향한 경고 수위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DA는 17일(현지시각) 존 핀 해군전함(DDG-113)의 탑재된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BMD) 시스템을 활용해 전날 하와이 북동부 해상에서 발사한 모의 ICBM 타깃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번 결과가 해상 기반 요격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대비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험은 당초 지난 5월에 실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이달로 미뤄졌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하와이를 북한의 ICBM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말까지 관련 시험을 실시하라고 명시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외신들은 이번 시험이 북한을 단독 겨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P는 "미국이 수십년간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낸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며 "이번 시험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의 해군 굴기에 맞서 핵잠수함 등 해군 전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북한 핵을 겨냥한 압박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바이든 집권 이후 북미 관계 회복 속도가 제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압박과 원칙 있는 외교를 혼합하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노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방침으로 인수위 구성 등 권력 이양 작업에 차질을 겪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지연되는 만큼 북한 비핵화 대화 관련한 진전이나 한미동맹 현안 조율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향후 몇 주 내 핵 또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주일 만에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지난 2005년 이후 미국에서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해왔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