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이 불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개정을 통해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야권이 '독재의 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2021년도 예산안 심사까지 겹치면서 여야간 정면충돌이 예고된다.
1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당 의원들과 긴급 간담회을 열고 "소수의견을 존중하려고 했던 공수처법이 악용돼 공수처 가동 자체가 저지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전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2인의 후보 압축을 시도했지만 야당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행사해 후보 추천을 마무리짓지 못한채 활동을 종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성과 없이 끝나게 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사후 대책을 논의했다"며 "이번 뿐만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라도 소수 의견은 존중하되 공수처 구성과 가동이 오랫동안 표류하는 일은 막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아 법사위에서 합리적 개선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이 대표가 직접 나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예정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모두가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할 계획이다. 관련해 여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도 법안을 내놨으니 그것까지 포함해서 여러 안들을 갖고 얘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후보 추천위원회 정족수를 손 볼 것이냐는 질문에 "김용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 그리고 내가 낸 안 세개 법안에 (추천위의) 의결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세 법안을 조합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현행 공수처법상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이 찬성해야 후보 압축이 돼 2인의 야당 추천위원이 반대한다면 후보 선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때문에 여당은 공수처장 추천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5명)로 낮춰 야당몫 추천위원 2인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의 경우 "(3차 회의에서) 사실 종결을 지으려 한 게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법개정만 된다면 추천위에 이미 모든 자료가 제출돼있으니 하루만 회의해도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장을 임명하기 위해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또 바꾸겠다고 한다"며 "법치주의 파괴, 수사기관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일을 국민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석을 기반으로 법개정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은 마땅히 막을 수단이 없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2021년도 예산안 심사와 함께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국회선진화법 등이 있어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염치없지만 국민들께서 막아주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과 간담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데 대해 긴급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