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세력인 체 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그는 글에서 "우리 검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권한을 흔쾌히 내려놓고 있어야 할 자리로 물러서는 뒷모습이 일몰의 장엄함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 "그릇에 넘치는 권한이라 감당치 못하니 넘치기 마련이고, 부끄러움을 알고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안 되었을 테니 부딪치고 깨어지는 파열음이 요란할 밖에요"라고 썼다. 이어 "그럼에도, 검찰의 시대는 결국 저물 것이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나아갈 것"이라면서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역사"라고 했다.
임 연구관은 직접적 표현을 자제했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평검사들의 집단성명과 고검장, 지검장들의 성명도 에둘러 비판했다.
임 연구관과 같이 추 장관을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검사들도 없지 않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검사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들을 사찰하도록 허용하였다는 혐의를 받는 조직의 수장에 대한 직무를 정지하자 경력이 어린 테라토마들도 '왜 우리를 건드냐'는 반응을 한다는 소식이 있다"면서 "조직 구성원으로 활동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군중심리는 이해하지만, 자신이 조직폭력단 구성원인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인지 혼동이 오나 봅니다. 외국에서는, 정체성의 혼동은 중대 정신질환으로 간주됩니다(ft. Daniel M'Naghten). ㅋ"라고 말했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전국 일선지검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재고 요청'에 불참했다. 이성윤 지검장과 김관정 지검장은 추 장관의 측근으로 오래 전부터 분류돼 왔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 사태'와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지시한 '윤석열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지검장은 전임자인 박순철 지검장이 지난 22일 사퇴하자 추 장관이 그 후임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박 지검장은 "검찰이 '라임 사태'에 연루된 야권 정치인과 로비 받은 검사들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라임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에 근거해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토로한 뒤 사퇴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결정을 지지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의 글(왼쪽)과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의 페이스북 글. 사진/각 페이스북 화면 캡처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