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심지어 대통령실도 그런 눈치던데...(영장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공범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양재식 전 특별검사보(특검보)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를 예상하는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두 사람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검찰은 "증거와 법리를 통해 구속사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고, 관련자들 진술과 객관적 증거자료를 가지고 구속에 대한 필요성을 소명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법리 보다 여론에 방점을 둬 구속을 점쳤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사실적·법률적 측면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지난달 29~30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2명이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를 각각 한 사람씩 맡아 서로 독립해 심사한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사실적·법률적 측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대표적인 '구속 필요성의 인정 기준'은 '주거불명',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입니다. 범죄혐의 소명은 도주와 증거인멸 판단에 전제되는 것이고, 그것은 '사실의 특정'에 기반합니다. 다시 말해 법원의 설명은, 검찰이 범죄 행위의 사실관계 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얘기입니다. 당장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적잖은 타격을 입은 눈치입니다.
박 전 특검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2021년 11월 26일 처음 소환 조사한 뒤 1년 7개월 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세월동안 검찰은 범죄 사실관계도 특정하지 못하고 대체 무얼 한 걸까.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검찰 수사팀도 바뀌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법원은 이미 박 전 특검에 앞서 구속기소된 '50억 클럽 의혹 멤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재판에서 이번 영장기각 결과와 비슷한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적대 적, 극과 극'의 관계에 있는 전 정부와 현 정부 검찰 대표선수들이 낸 결과들이기에 국민은 더욱 의아합니다.
'50억 클럽 의혹'을 포함해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밑그림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입니다. 녹취록은 2019년 '대장동 일당'이 화천대유 임직원들에게 줄 상여금 등 '공통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두고 다투는 상황에서 그 당사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만든 것입니다. 그 신빙성은 녹취 동기와 증거 부족·등장 인물·관련자들의 진술 번복으로 곽 전 의원의 1심 판단에서 흔들린 바 있습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곧 피의자에 대한 무죄 선고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사실관계 특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공소유지도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피의자 구속과 처벌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입니다. 박 전 특검을 포함한 '50억 클럽 의혹' 수사가 아직도 '정영학 녹취록'이라는 밑그림대로 간다면 진실규명은 더 멀어질 겁니다.
'50억 클럽 의혹' 사건은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 민정수석과 특별검사 등 최고위 법조인들과 언론사주가 의혹 대상자입니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외에 아직도 4명이나 더 있습니다. 모두가 검찰이 낱낱이 규명해야 할 진실입니다. 검찰은 권력을 향한 수사도 좌고우면해서는 안 되지만, 진실 규명에 아집이나 타협이나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최기철 법조기자·미디어토마토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