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선 시공 후 계약’으로 선박·해양플랜트 하도급 업체들의 대금을 후려친 대우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이 업체가 후려친 ‘수정 추가 공사’만 지난 4년 간 1400건 이상이었다. 특히 협력사 손실에 대한 협의 절차 없이 11만1150건의 발주도 멋대로 취소·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53억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또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위반 내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86개 사내 하도급업체, 1만6681건의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맡기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적은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 발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과징금 153억원 부과 및 법인 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조선3사 규탄 및 하도급 갑질 피해 구제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들은 구체적인 작업·대금을 정확히 모른 채, 선 작업을 진행한 후 사후 일방적인 대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91개 사내 하도급업체, 1471건의 ‘수정 추가 공사(선주 요청·오작·변형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공사)’와 관련해서는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예산 부서가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수정 추가 시수(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산식)를 삭감한 것. 이 과정에서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하도급대금을 받을 사내 하도급업체와의 협의 절차는 없었다.
공정위 측은 “시수를 임의로 적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사내 하도급업체들에게 지급할 하도급대금을 삭감한 것”이라며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후 대우조선해양이 내부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아닌데도 194개 사외 하도급업체, 총 11만1150건의 제조(선박·해양플랜트 제조에 필요한 철의장품, 배관품 등의 부품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이 업체는 위탁변경시스템(조달협업시스템)을 통해 사외 하도급업체에게 위탁 취소·변경 동의 여부만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협력사가 입게 될 손실 등의 실질적인 협의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사외 하도급업체들은 이유도 모른 채, 동의 여부만을 선택해야했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조치는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의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따라 다수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 전반을 정밀 조사해 일괄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