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이 일주일간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활동상황을 본격 평가한다. 준법위 활동의 양형 반영 여부를 두고 특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대립이 격화된 상황이어서, 이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 의견과 재판부 판단이 관심을 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30일 이 부회장의 뇌물죄 파기환송심을 열고 추가 증거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12월 3일 준법위 현황을 살펴본 전문심리위원단 의견서를 받고 7일 법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다. 심리위원단이 3일 재판부에 보낼 의견서는 특검과 이 부회장 측에도 전달된다. 심리위원은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이 부회장 측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특검이 내세운 홍순탁 회계사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심리위원단 평가 기간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심리위원단은 지난 7일과 19일, 20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준법감시현장에서 방문면담을 마쳤다. 특검은 23일 재판에서 심리위원이 145개 평가항목을 사흘간 평가한 점을 문제삼고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사유로 반영되려면 관련 쟁점의 복잡성과 중요성에 비춰 평가사항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위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견 제시가 개별 평가항목에 한정한 답변이 아니라고 맞섰다. 10개월간 관련 자료가 축적돼 평가 기간이 충분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 재판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첫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방지와 이건희 회장 시절의 기업 혁신을 주문했다. 이에 삼성은 올해 1월 대법관 출신인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준법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2월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을 평가할 심리위원 선임을 추진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준법위 평가가 법관 재량에 따른 '한줄 양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 부회장은 5월 기자회견에서 준법위의 독립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그간 특검은 준법위 평가를 두고 재판부와 충돌해왔다. 특검은 2월 정 부장판사가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할 우려가 있다며 재판장 기피신청을 냈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