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심리위원 홍순탁·김경수 추가 지정

특검 "독립성 의문 있다" 지적에 삼성 "피의사실 공표" 반박

입력 : 2020-11-09 오후 5:30:1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을 추가로 지정했다. 심리위원 선정을 두고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 간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5일 진행된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5차 공판기일에서 특검이 추천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홍순탁 회계사, 이 부회장 변호인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추가로 지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특검과 변호인은 모두 상대가 추천한 심리위원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각각 이의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6일 이들 심리위원과 면담을 거쳐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다. 양측은 홍 회계사에 대해 참여연대가 준법감시기구 설치로 양형을 고려한다는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점, 김 변호사에 대해 율촌이 삼성 합병 과정을 실사한 회계법인을 변호한 점 등을 이유로 각각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판부가 심리위원에게 의견을 요청하는 사항은 피고인이 제시하는 준법감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라며 "형사 사건의 사안이나 국정농단 관련 사건, 삼성 합병 사건의 사건이나 사실관계는 심리위원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홍 회계사나 본인이 소속된 단체가 고발한 사건은 심리위원의 점검 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김 변호사 역시 변호하는 사건이 심리위원이 점검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히 이 사건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 양형 판단은 재판부 권한이자 책임이고, 심리위원은 각자의 전문적인 식견을 토대로 준법감시제도 개선 방안을 점검할 수 있는지만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회계사는 이 사건 고발인인 참여연대 소속이고, 본인도 삼성 합병의 고발인으로 피고인에게 비판적인 입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개인적·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익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회계사로서 기업 범죄에 대한 분석과 의견을 제시한 경력이 있으므로 뇌물, 횡령 등 기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누구보다 더 관심이 있고, 전문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삼성에 비판적인 시각에서 더 객관적인 점검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기업 범죄를 담당하는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하고, 법무법인 기업형사팀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기업 범죄 수사에서 공격과 방어 양쪽의 경력이 있다"며 "준법감시제도는 기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김 변호사의 경력은 심리위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특검은 재판부의 심리위원 지정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형사팀장으로 심리위원 독립성에서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합병 사건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흡수합병 과정에서의 시세 조종과 회계 부정 등 사건"이라며 "김 변호사가 팀장으로 있는 율촌 기업형사팀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인으로 수사 과정에 참여했고,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 비율을 실사하면서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축소하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치 평가를 수행한 법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것은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피의사실 공표"라며 "죄가 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심리위원은 보조 기관으로 법원의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며 "양측에서 이를 굉장히 신경 쓰는데, 양형 조건의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이 사건에서는 범행의 동기, 수단, 결과 등 지난 3차 공판기일에 했던 양형에 대한 변론과 석명에 대한 답변이 더 중요하다"며 "심리위원 선정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말하는데,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재판관 등 심리위원 3명은 오는 10일 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한 후 재판부가 제시한 '준법감시제도 일반'에 대한 의견과 '피고인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항을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30일 공판기일에서 평가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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