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임대주택 리츠, 수익-거주안정 어떻게 절충할까

입력 : 2020-12-03 오전 6:00:00
정부가 전세난 타개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의 하나로 공모형 리츠(REITs)와 부동산펀드의 활성화를 내걸었다.
 
환영한다. 오래 기다렸던 소식이다. 현재 오피스와 리테일 중심의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주거시설과 결합할 경우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 전월세시장 안정 모두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과 투자자들의 수익이라는 배치되는 문제를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구조화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조성되는 리츠와 부동산펀드는 공모형 상품이다. 공공과 국민, 사업자, 재무적 투자자 등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현재 상장돼 있는 여러 리츠들처럼 기관과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짐작한다. 아마도 이 공모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리츠가 제시하는 예상수익률이 매력적일 때 참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신탁회사가 시행을 맡고 민간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이런 주택은 전세는 없고 일정금액의 보증금에 월세를 책정해 입주자를 모집하는데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다. 월세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게다가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는 월세도 깎아준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니 입주자, 세입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러면 임대주택 공급자에겐 무슨 이익이 돌아가기에 이렇게 저렴하게 세를 받을까? 일종의 책임기간인 8년을 채운 후에 분양으로 전환해 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공급한 임대주택처럼 5년, 10년 후에 거주자들에게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다. 8년 후엔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이런 임대주택을 공모형으로 만들 경우엔 세입자와 집주인(리츠)의 이익을 어떻게 적절하게 버무리느냐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투자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투자를 할 텐데, 기존의 민간 임대주택처럼 낮은 임대료를 받아서는 그 수익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에게 적정수익을 맞춰주다가는 높은 월세 때문에 실수요자(임차인)들에게 외면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이 임대주택도 리츠와 펀드 투자자들에게 일정기간 후 분양전환할 수 있게 해줄까? 분양전환이 허용된다는 것은 그때 세입자들의 거주 안정성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이런 리츠가 하나 상장돼 있다. 인천 부평역 근처에 5678세대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데 그중 3578세대를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한다. 세 종류의 우선주를 발행해 그 중 하나를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8년 후 분양전환을 하든 통매각을 하든 거기에서 발생하는 차익 대부분은 사업자들이 갖고 리츠 투자자들에겐 일부만 주기 위해서다. 즉 리츠 투자자들은 매각 차익 기대보다 월세를 재원으로 한 배당을 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로 인해 첫 임대아파트 리츠가 상장하는데도 초기엔 다른 리츠보다 더 외면받았다.  
 
증시에서 오랫동안 고배당주로 사랑받고 있는 맥쿼리인프라펀드는 펀드가 투자하는 유료 도로와 교량 이용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며 세입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설 투자자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면 주거용 부동산과 금융의 만남은 성공할 것이다. 어려운 문제지만 일단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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