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 요소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평가를 두고 전문심리위원 간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준법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삼성 측 김경수 변호사는 관계사 준법 지원과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 모두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선임한 강일원 변호사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준법위 기능에 긍정적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7일 이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고 준법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평가를 들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부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출신 강일원 위원,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특검이 내세운 홍순탁 회계사가 차례로 준법위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평가했다.
강 위원은 준법감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삼성이 현행법에 따라 준법감시조직을 갖춘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 행위가 일어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준법감시 활동이 선제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관계사 분들의 말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저희가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위원은 “지금처럼 준법감시제도가 강화되고 활발해짐에 따라 앞으로 회사 내부 조직을 이용해 위법 행위를 하는 건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준법위 지속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강 위원은 "준법위 현재 조직과 보여주고 있는 관계사의 지원, 회사 내 준법 문화와 여론의 관심 등을 지켜본다면 준법위 지속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위원은 준법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봤다. 홍 위원은 “이번 점검은 (준법감시 체계가) 확대 개편된 지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며 “전체 인원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준법위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문제는 출범 전이라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은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사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해 일관성이 없다고 홍 위원은 비판했다.
지속 가능한 준법위 활동에 대해서도 “(준법위 감시 대상) 관계사 추가는 7개사가 동의해야 하는데 탈퇴는 단독 서면으로도 가능하다”며 “준법위가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홍 위원은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이 내세운 김경수 위원은 준법위 출범 이후 관계사 준법 지원과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 모두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위원은 “준법위 출범과 함께 실무적 준법 감시 활동하는 준법지원인 위상 강화, 준법 문화라는 세 가지가 삼성의 준법 감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내 위원회가 총수 등의 불법 비리를 찾아내면 위원회와 연계해 진전시킬 수 없었는데 거슬러 올라가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술했다.
준법위 지속성에 대해서는 “현재 위원장(김지형 변호사)은 향후에도 총수를 만나 권고 조치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위원들의 의지가 유지되는 한, 총수나 경영진 준법 의지가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1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향후 선고 일정을 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7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