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여권이 내년 초 카드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또다시 요율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가 카드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년 초 카드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결제 시장 침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작업이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카드 결제 서비스 제공 시 소요되는 일반관리비, 마케팅비, 자금조달비, 위험관리비 등의 비용이 변동되는 만큼, 이를 3년마다 재측정해 수수료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재산정 시기가 내년 초로 도래하면서 어느 때보다 걱정이 크다.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인해 최근 수익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사당기순이익은 지난 2018년 21.%, 2019년 5.3% 2년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이번 재산정에선 인건비 감축이 수수료 인하 주요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최근 3년간 희망퇴직 빈도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것도 수수료 인하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여러 카드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일반관리비가 감소했다“며 ”일반관리비가 줄어드는 것은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시 수수료 인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카드 수수료 인하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시 수익 악화를 상쇄하고자 카드 혜택을 줄이는 대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 혜택이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이 줄어든다. 이는 연쇄적으로 가맹점 수익 감소로 이어지며, 카드사에게 다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미 전체 가맹점 93%가량 우대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협의를 올해는 일찍 시작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전 방위적인 압박이 들어와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정부는 장기적인 시각보다 즉각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가맹점 영업 규제가 시행되는 등 불만이 고조되자, 지난 수수료 협상 때보다 재산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