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직 범인을 찾을 때가 아니다

입력 : 2020-12-15 오후 4:03:30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드나 싶더니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1000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대유행 진화에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할 집단 감염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 차례 성공적인 방역 이후 느슨해진 틈을 타 번지고 있는 확산세인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전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바로 때 아닌 범인찾기. 야당은 연일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있다. 세 번째 전국적 대유행으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 되도록 정부가 백신 수급에 대처하지 못한 데다, 'K방역'의 업적만 칭송하기 바빴으니 대통령이 책임지고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격에 나선 야당이나 방어 중인 여당의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성공적 방역 노력에 앞선 대유행을 진정시킨 상황에서 정부 선택은 이른 축배였다. 국내 방역 능력의 성과를 칭찬하기 바빴고, 연일 보도되는 'K-방역'의 힘에 전반적 분위기 역시 느슨해 졌다. 최근은 사태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운 요소다.
 
정부 입장도 이해해 볼 여지는 있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자영업자들의 생활고를 계속 외면할 수는 없었을 터다. 결과를 떠나 '민생'을 중시해온 정권 입장에선 특히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미흡한 물량 확보로 질타를 받고 있는 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비정상적일 만큼 빠르게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품목을 대량 선구매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적 임상 결과 도출과 국내 대규모 확산세가 맞물리며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무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는 분위기지만,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비판에 가깝다.
 
책임을 묻는 이의 논리도, 답하는 이의 이유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공방이 왜 지금 불거지고 있는지는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리는 현재 유례가 없는 국가적 고난을 겪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올해 우리가 성공과 실패를 모두 봐온 방역책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물론, 정부의 결정이 합리적 근거가 아닌 특정집단의 이해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 국민의 삶에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감을 준 사안이라면 더욱 시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은 사태 진정이 최우선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의 분쟁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때 아닌 범인찾기에 스스로 범인이 되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정기종 산업2부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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