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 사찰' 징계혐의 인정…법원 판단 주목

"공판 참고자료" 주장에도 징계 판단…법조계 "인정 사유-징계양정 안 맞아"

입력 : 2020-12-16 오후 2:22:0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8개 혐의 중 4개를 징계 사유로 인정해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그중에서도 혐의 여부를 두고 가장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이른바 '판사 불법 사찰'에 대해서도 징계위원회는 징계 사유로 판단해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이날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과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 등 4개 혐의에 대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특히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과 배포에 대한 혐의는 이전부터 윤석열 총장에 대해 제기돼 왔던 다른 혐의와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징계를 청구하면서 처음으로 드러난 혐의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활용하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징계위원회는 판사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해 지난 15일 심의기일에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 채택된 증인 8명 중 3명을 상대로 대면 또는 진술서로 증인심문 절차를 진행했다. 결국 징계위원회는 판사 사찰을 징계 혐의로 인정해 정직 2개월 의결의 판단 요소로 고려했다.
 
지난 4월 대검 감찰부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 진상 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고, 감찰 개시 보고를 하자 신속한 감찰을 방해하기 위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한동수 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도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윤 총장 측은 대검 감찰본부설치규정상 '검찰총장은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시정을 명령하거나 그 직무 수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정한 부분을 근거로 들어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위는 6월4일자로 추 장관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사건 관계인인 한동훈 연구위원과의 친분 등 특별한 관계로 수사 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했는데도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행사함으로써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징계사유로 봤다.
 
이와 함께 10월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보수 진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아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유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을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징계위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 관한 협조 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의 사유는 징계 사유가 있지만, 징계 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불문(不問) 결정했다. 또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감찰 방해의 사유는 증거 부족으로 판단해 무혐의로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 징계 의결이 징계사유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만 봐도 징계사유로 인정했다면 해임사유라는 것이다. 복수의 고위 법원 또는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인정된 사실이 완벽히 입증 된다면 해임이 맞다. 징계 혐의 중 어느 하나도 정직 2월을 결정할 말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방송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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