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를 도입한다.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원가 변화를 반영해 3개월마다 전기 요금을 바꾸고, 기후변화·환경오염 비용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 중인 만큼, 내년 상반기의 4인 가족 기준 전기료는 월 1050~1750원씩 낮아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연료비 등 원가변동을 반영해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는 '2021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가 실시된다. 전기요금 원가의 변동분을 전기 요금과 연계하는 것으로, 기존 요금에 포함돼 있던 기후·환경 비용도 소비자에게 별도 고지한다.
전기요금의 가격 신호가 소비자에 전달되지 않아 요금 조정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후환경비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한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요금제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3개월)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연료비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이 1년에 4번씩 조정되는 셈이다. 연료비 변동분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에서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을 제외한 금액으로 책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내년부터 전기요금 원가의 변동분을 전기 요금과 연계하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사진은 한 주유소에 안내된 유가정보. 사진/뉴시스
다만 요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빈번한 조정 등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조정범위는 제한키로 했다. 기준 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조정요금은 최대 플러스마이너스 킬로와트시(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1회당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다.
분기별로 kWh당 1원 이내로 변동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단기간 내에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가 주기적으로 반영돼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합리적인 전기 소비가 유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 감소세가 반영되면서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은 일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3월은 kWh당 3원 인하, 4~6월은 kWh당 5원이 떨어져 내년 6월까지 총 1조원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전기를 월 평균 350kW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유가 등 원료비 절감으로 매월 1050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4~6월에는 현재 유가 수준에서 최대 감소폭인 월 1750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치를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인하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소비자 보호장치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력량 요금에 포함, 고지되고 있는 기후환경 관련 비용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한다. 향후 전기요금 총 원가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후환경 비용 변동분도 포함해 조정 필요성이나 수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외에 내년 7월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제도도 개선키로 했다. 주택용 요금제에도 기존 산업·일반용 요금과 같은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돼 소비자들이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다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