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한국경제의 대전환 시기로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2021 경제정책방향(경방)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으로 제시했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전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제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정을 풀고,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길을 넓히고,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보인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이다. 물론 피해업종 신속 지원이라는 문구가 경방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는 있다. 세부적인 지원책도 일부 담겨 있긴 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방의 방점은 성과 도출을 향한다.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성과를 위한 정책수단 총동원을 대통령이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임기말이다. 성과가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5년 단임의 권력구조에서 성과에 치중하다보면 과정과 프로세스가 꼬일 수 있다. 가장 가려운 곳 부터 긁어야 한다는 얘기다. 즉 치명타를 입었고 또 그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만으로 경방을 가득 채웠어야 했다. 거시 경제 차원의 국면 전환이라는 어젠다를 가운데에 두는 것은 오히려 성과를 뒤로 미루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의 1년치 집계를 서둘러야 한다. 올해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항상 논란이 돼 왔던 것이 대상과 기준 선별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적용하자니 틈새가 많고, 올해 기준으로 가자니 지표가 부족했다. 2020년이 오롯이 지나가고 있다. 즉 매출과 소득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세금 납부와 건보료 납부의 내용을 하루 빨리 정리해 더 효과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책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게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또 서민주거 안정 즉 부동산 대책도 마뜩찮다. 주단위로 집값 상승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전세 매물은 씨가 말라 반전세가 시장을 덮었다. 현 정부 들어 몇 퍼센트 집값이 올랐음에도 왜 대책이 없느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어찌됐건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제 분야가 아니다.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공급 확대와 투기지역지정 확대로 세금 폭탄을 가하는 정도일 뿐이다. 공공임대를 둘러싼 지역 갈등도 심화되는 국면이고 그에 따른 풍선효과도 엉뚱한 곳의 집값이 뛰는 기현상도 일반화되는 실정이다. 이쯤에서는 근본적 방향을 들여다 봐야 한다. 공급만이 해법이라는 시각을 벗어나 왜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어려운 국면에 빠져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참여정부 기자가 청와대를 출입하던 당시 임기말 노무현 대통령이 두고두고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부동산을 주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교과서에 매여 마치 두더지 잡듯 투기 세력을 몰아세우다 정작 시장 기능을 오작동 하게 했다는 게 당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두고 내려지는 일반적 평가다. 그게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은 주거의 개념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국은 좀 다르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집'이라는 개념은 재산이자 생명이다. 전통적 농업국가를 기반으로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밟은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지의 의미를 넘어서는 존재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투기로 흐르지 않고 투자의 개념으로서도 부동산을 바라볼 수 있게끔 인정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세금제도를 손질하고 규제지역을 정리하고, 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리고, 또 때로는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
한 곳에 방망이질 하면 다른 곳에서 불쑥 튀어 오르는 게 부동산 시장 논리다. 매를 들고 죽어라 쫓아다닐 게 아니라 덫을 놓고 기다리며 주변을 정리하는 자세로 부동산 정책을 꾸려야 한다. 경제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게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권대경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