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가 합의한 9000억달러(한화 약 99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미국민 1인당 지급되는 코로나19 지원금을 기존 600달러 수준에서 2000달러로 대폭 올리는 등 전체 규모를 수정해야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스크를 쓴 육사 생도들 사이에서 혼자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미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육사와 해사 간 미식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4분 가량의 동영상을 통해 "그들(미 의회)이 내 책상으로 보낼 경기부양책은 예상한 것과 많이 다르다"며 "정말 부끄러운 일(disgrace)"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국민 성인 1명당 지급되는 현금 600달러(약 66만원)를 2000달러(약 222만원)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1일 미 의회는 코로나 구제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합의안에는 미 국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금 1인단 600달러, 추가적인 실업수당 주당 300달러, 임대료 지원, 중소기업 자금 지원, 백신 배포 예산, 병원·학교 등에 대한 지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5차 부양책 마련 논의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재난지원금을 지난번처럼 1200달러로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재정적자를 우려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치며 지원금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앞서 지난 3월 미 의회를 통과했던 코로나19 대책안에는 1인당 1200달러(약 133만원) 규모의 현금 지급안이 포함됐었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의회가 수정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다음 정부가 그 일을 해야할 것"이라며 "아마 다음 행정부는 내가 주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선 이후 주장해온 대선 불복 방침에 대한 연장선 격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초까지 경기부양책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미 연방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한다. 셧다운이 시행될 경우 예산안이 처리가 지연되며, 국방과 치안 등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는 공무원들이 강제 무급휴가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경기부양책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미국 뉴욕증시 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이날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뒤 전장 대비 110포인트(0.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과 나스닥100 지수 선물도 각각 0.5%와 0.4% 빠졌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