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이 방송법 위반 혐의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비전 선언' 생방송과 관련해 KBS에 구체적 제작 방침을 지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비전 선언' 생방송 당시 탁 비서관이 KBS에 구체적 제작 방침을 지시했다며 방송법 4조와 105조 등을 위반한 혐의로 탁 비서관을 28일 대검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위는 "언론에서 입수한 KBS 내부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화면을 단순히 흑백으로 송출하는 것 외에 '흑백 화면에 어떠한 컬러 자막이나 로고 삽입 불허' 등 구체적 제작 방침을 지시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행위들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다루고 있는 방송법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방송 편성에 규제나 간섭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탁 비서관은 흑백으로 송출된 해당 행사와 관련된 각국 대사의 반응을 소개하며 우회적으로 반박 입장을 드러냈다. 탁 비서관은 국민의힘이 성명을 발표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탄소 중립 영상의 흑백 송출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고소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영상이 송출된 후 전달받은 격려로 소회를 대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탁 비서관에 따르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12월10일 문 대통령의 연설은 상징적으로 흑백으로 방영됐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2050 탄소 중립 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확실한 약속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도 "흑백 영상 방영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지상파 방송 3사 등의 생중계를 통해 탄소 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고화질 영상을 이용할수록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연설은 흑백 영상으로 제공됐다. KBS는 탁 비서관의 제작 방침 지시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흑백 영상이 방송되는 동안 좌상단의 로고를 자체 제작해 '컬러'로 내보냈으며, 우하단의 수화 영상 역시 '컬러'로 방송했다"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