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일 기준 5일 연속 1000명을 넘기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전국 800~1000명 이상 또는 급격한 증가)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아직 3단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그저 현재 확진자 수가 많이 늘어났으니까 지금보다 좀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필요하고 그냥 3단계로 가야 된다는 그런 기계적인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며 "현재 정부로서는 지역 간 이동제한과 같은 락다운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다 강화하더라도 생필품을 사고하는, 일상생활 자체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을 반드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3단계라는 것은 매우 엄중한 단계이고, 그 상황 자체는 우리의 전 경제 과정이 상당 부분 마비되거나 정지되는 상태를 상정한다"면서 "그 단계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말 국민들께서 3단계가 어떤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보고 그것을 인지하고 동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운영이 금지되거나 운영에 제한을 받는 다중이용시설은 전국적으로 약 203만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수도권은 91만개 시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한 주간 1일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949명으로, 그 전 주간(6~12일)의 661.7명에 비해 287.3명이 증가했다. 또 60세 이상의 1일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313.3명으로 전주의 219명에 비해 94.3명이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이 689.1명으로 전체의 약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1차장은 "진단검사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일) 환자 발생이 1000명대를 넘었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환자 발생이 줄지도 않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검사 수를 확대했음에도 급격한 환자 급증이 없는 상황에 주목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며칠간을 포함해 이번 주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현재와 같은 공격적인 검사와 역학조사를 유지한다면, 지역사회 전파 속도를 둔화시키고 확산세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1차장은 "전체적으로 방역대응은 크게 강화하고 있고, 의료대응 역시 빠르게 준비하고 있어 이번 주부터 조금씩 여력을 확보하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거리두기 3단계로 상향 없이 현재 수준에서 확산세를 꺾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인내하고 동참해달라"고 국민들에게 거듭 호소했다.
정부가 3단계 격상을 일단 유보하면서, 21일 상황을 보고 중대본에서 격상 여부를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때도 집합금지시설을 세부적으로 추가하는 '2.5단계+α(알파)' 혹은 전면 봉쇄가 아닌 방역수칙 강화를 전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일부 허가하는 방식의 '3단계-α'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국민의힘 등 야권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마트와 미용실에 사람이 넘쳐 난다. 3단계를 우려하며 미리 준비하러 나온 국민들"이라며 "코로나19 예방에 핵심이 거리두기인데, 정부의 어정쩡함에 오히려 더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정부는 비겁하게도 며칠 전부터 변죽만 울리고 있다"며 "국민 여론이 3단계를 요구할 정도로 끓어오를 때까지 군불만 때는 것인가. 마지못해 3단계를 결정했다면서 나중에 책임을 피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경제와 방역 사이에 오락가락했다. 지금의 재앙적 상황의 책임은 모두 정부에 있다"면서 "그렇게 책임지기 싫으면, 범국가시민위원회라도 만들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더 이상 인명피해가 커지기 전에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람이 죽어가는데 국가지도자가 여론의 눈치나 살펴서야 되겠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춤주춤 하다 실기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