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 때아닌 '충전기 미제공'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애플이 처음 문을 연 이후 샤오미가 대열에 합류했고
삼성전자(005930)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 자신의 웨이보에 "샤오미 미11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했다"며 "많은 사람이 이미 충전기를 가지고 있고 이는 환경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로써 샤오미는 최신 스마트폰인 미11 시리즈부터 앞으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이번 행보는 지난 10월 아이폰12 시리즈 발표와 함께 앞으로 모든 아이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한 애플의 행동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당시 애플이 탄소 배출 감소 등을 제외 이유로 든 것처럼 샤오미도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애플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도 내년 1월 공개하는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뺄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적용 국가는 아직 미정이다. 이미 브라질 IT 전문매체 등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1에 대한 정보통신인증을 신청하면서 충전기와 이어폰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탄소 배출 감소 등을 이유로 앞으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애플. 사진/애플
애초 샤오미와 삼성전자는 애플의 충전기 제외 발표 직후에는 나란히 이를 비판했었다. 샤오미는 애플 발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걱정말라. 우리는 아무 것도 빼지 않았다"며 애플을 공개 저격했고 삼성전자 역시 SNS에 충전기 사진을 올리며 "갤럭시는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 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자신들은 다르다던 양사의 입장은 약 두 달 만에 조금 바뀐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환경 문제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원가 절감을 위해 충전기·이어폰을 제외했다는 게 업계 평가인 가운데 양사 역시 이러한 업계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구성품 지급 범위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판매 시 이어폰 강제 지급 법 조항이 있는 프랑스의 경우 아이폰12 시리즈 구매 시 이어폰을 주고 있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 공공 소비자보호기관 '프로콘-SP'가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한 애플의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브라질에서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기존보다 낮추고 앞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본 구성품을 주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며 "가격은 그대로 가면서 충전기까지 주지 않는다면 언급했던 환경 문제 등이 아닌 원가 절감을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