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2항) 그러나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무한하다.'라는 이야기는 유령처럼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등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 교체된다. 문제가 있으면 현직 대통령도 몰아내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나 독재권력의 유용한 도구였던 검찰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그 권능은 유지한 채 자신만의 강고한 요새를 구축했다. 족쇄에서 벗어난 사냥개가 늑대가 돼 주인(국민)은 몰라보고 소위 '나와바리'(조직)만 챙기기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자고로 부유한 사업가의 1등 사위는 항상 검사 사위가 꼽혔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과 '전관예우'를 향유하는 검찰출신 변호사도 부지기수다. 검찰이 흘려주는 고급 정보는 모든 언론사가 탐내는 단독기사감이다. 즉 국민의 심판에서 자유로운 검찰은 '기소독점권'을 무기로 정치권과 타협하고, 부유층과 결합하며, 언론을 주무르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는 것이 여권 일각의 시선이다. 물론 검찰조직도 나름의 개혁노력을 했을 것이다. 다만 '검사들을 위한 99만원 불기소세트'가 그러한 노력의 현주소라는 점이 유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이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믿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가 보수언론 사주와의 잇따른 회동 의혹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막상 문재인 대통령의 '비선라인 메시지'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렇지만 윤 총장의 거취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별개의 문제다. 핵심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운영을 통한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경찰 균형 맞추기다.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시스템적 개혁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윤석열 개인에 이슈가 집중된다는 것은 오히려 본질을 덮을 뿐이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검찰개혁 움직임이 있었지만, 검찰은 소위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그러한 개혁요구를 피해왔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 사례에서 보듯이 정권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검찰의 자율성을 담보한다고 검찰이 저절로 민주화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noirciel@etomato.com